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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고희(古稀)관계자 회의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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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고희(古稀)관계자 회의에 대한 기대 박성호 아시아경제팍스 TV 방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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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당내에서 주요직책을 맡았을 때를 가정했을 경우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창희 국회의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서청원 의원, 그리고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모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을 가졌다. 이 모임을 언론은 뭐라 지칭해야 할까. '당ㆍ정ㆍ청 고위관계자 회의'쯤 될까.

이 모임에는 한가지 별칭이 더 붙을 수 있다. '고희(古稀) 관계자'가 더 잘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비서실장이 1939년생,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1943년생, 그리고 이경재 위원장이 1941년생으로 모두 70세를 넘었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황우여 대표가 각각 1946년생, 1947년생으로 고희까지는 3년 가량 남았다.(참고로 정홍원 국무총리는 1944년생)

나이의 많고 적음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시대가 환갑 정도의 나이로는 동네 경로당에 가기조차 멋쩍은 정도다. 그러니 복잡다단하고 조율의 기능이 가장 중요한 정치권에서 고희 정도는 돼야 제대로 기를 펴고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공자는 일찍이 '일흔이 되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해 종심(從心)의 나이로 봤다.


미국의 경우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은 84세, 찰스랭글 하원의원이 83세로 고희를 넘어 90세를 바라보는 고령의 정치인이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 중이다.


한때 '50'이면 고참이고 '60'이면 원로, 그리고 '70'이 되면 고려장 소리를 듣던 한국 정치계에 '고희관계자 회의'는 어쩌면 많을수록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아라비아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에 맞는 정치권 문화의 성숙도다.


정치권은 한국경제가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의해 착시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을 모른 척하고 있다. 아니 당리당략에 따라 필요할 때만 이를 써먹는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게다.


한화, SK, CJ그룹 총수 법정행에 이어 동양그룹 분해가 목전이다.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도 풍전등화 신세이고 H, D그룹 등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도살장에 들어가는 순서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자본시장의 꽃이라는 증시를 외면하고 있고 그나마 아직 자금을 빼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증시를 떠나서 그나마 있는 돈 좀 굴려보겠다고 집어넣은 동양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종이조각으로 전락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석기 의원 사건을 비롯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초실종논란 등 1시간이 멀다 하고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나마 나온다는 경제정책들은 경제민주화 법안들로 기업들의 목줄을 죄는 형국이다.


고희의 정치인들은 크고 작은 역정이 있기는 했지만 소위 잘나가는 정치 리더들이다. 성공을 경험해 봤다는 의미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환갑, 고희의 현역정치인들이 늘어나도 벼랑 끝 경제를 뒤로하고 정치적 입지 공고화를 위한 이전투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성공경험 때문인 것 같다.


파블로 피카소는 "성공은 위험하다. 성공한 사람은 자기 모방을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모방은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그로 인해 자기 고갈의 결과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예전엔 다 이렇게 해서 성공했어"라고 언급하는 고희정치인은 '종심'이 아니라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제로섬 게임도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경쟁기업, 납품업체, 고객과의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해 가격을 높이거나 무리하게 비용을 줄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다 망했다. 기업은 해당기업만 문을 닫으면 되지만 정치는 나라경제를 책임져야 한다. 고희정치인들에 '구국의 지혜'를 기대하는 것이 주변인들의 말대로 '꿈나라 속 이야기'가 아니길 고대해 본다.






박성호 아시아경제팍스 TV 방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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