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세계 1위 제약사'라는 자부심을 굳건히 지켜온 화이자가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등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매출 그래프가 꺾인 탓이다. 대신 기회를 엿보던 '만년 2인자' 노바티스가 치고 올라왔다.
9일 시장조사기관 IMS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액 기준 1위는 508억 달러(약 54조원)를 기록한 노바티스였다. 2011년에 비해 판매액이 0.2% 하락했으나 최근 5년간 연평균 7.5% 성장했다. 덕분에 2~4위를 왔다갔다하던 노바티스가 화이자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화이자는 처음으로 2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화이자가 거둬들인 판매액은 469억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6.3%나 줄었다. 이어 머크(401억 달러), 사노피(377억 달러), 로슈(350억 달러), 글락소스미스클라인(327억 달러), 아스트라제네카(320억 달러), 존슨앤드존슨(279억 달러), 애보트(267억 달러), 테바(248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2000년대 이후 줄곧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을 호령했던 화이자가 2위로 내려앉은 건 효자 품목의 특허가 끝나면서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일단 발기부전약의 역사를 새로 쓴 비아그라의 특허 만료가 충격을 줬다. 지난 1998년 미국에서 첫 출시된 비아그라는 그동안 각국 남성 관련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였다. 알약을 먹기만 해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한때 '신의 선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특허 연장에 실패하면서 제네릭(복제약)에 밀리더니, 비아그라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특허 만료 후 매출(398억→256억원)이 급감했다.
또 다른 혁신 신약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특허 만료도 한몫 했다. 모두 해당 질병군에서 확연한 1위였지만 복제약 출시를 막지 못한 탓에 복제약 전쟁에 휘말렸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노바스크 복제약은 2004년부터 풀렸는데 당시 노바스크는 한국화이자 매출의 절반에 달했었다. 리피토 복제약이 풀린 2008년, 한국화이자는 국내 진출 21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런 영향으로 2008년 595억 달러에 달했던 화이자의 전 세계 판매액은 매년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노바티스에 첫 역전을 허용했다. 이와 관련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2위가 맞지만 올 상반기까지 집계한 결과를 보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에 반해 노바티스는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했던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나라별로 판매액이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최근 2~3년간 출시된 '가브스'(당뇨병 치료제), '타시그나'(백혈병 치료제), '아피니토'(항암제) 등 신제품의 선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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