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경제철학 격론 예고… 증세·나랏빚 '화약고'
[아시아경제 박연미·전슬기 기자] 국정감사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경제 문제를 다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선 박근혜정부의 경제철학을 둘러싼 격론이 오갈 전망이다. '사초(史草)실종' 공방 등 휘발성 큰 정치 현안이 산적하지만, 돈 문제에서 시작된 복지공약 후퇴 논란이 현 정부의 진정성 문제로 이어진다면 현장은 최전방이 될 수도 있다. 국감을 앞둔 재정위 소속 위원들의 주포(主砲)를 엿봤다.
◆증세?=재정위 국감을 앞두고 가장 많은 위원들이 집중한 건 세금 문제였다. 세금은 쟁점의 인큐베이터였다. 각 위원들은 세금 문제에 깃발을 꽂고 여기서 파생되는 예산과 성장률, 재정과 국가부채 문제를 두루 살피겠다고 했다.
야당은 특히 '조세정의'에 화력을 모을 방침이다. 민주당 이용섭, 정성호, 조정식, 이인영, 이낙연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보면 개별 세제 그 자체보다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 이른바 조세정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세정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별렀다.
사실상 증세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박근혜정부가 서민들에게 주던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여 사실상 증세를 하고 있다"면서 "폐지를 모아 파는 노인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서민들의 실상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재정위 여당 간사인 나성린 의원 측은 이런 기류를 읽어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부자증세' 주장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방파제를 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재정=재정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공공부채에 집중해 국감을 준비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막대한 부채 문제를 다루면서 예산 낭비를 막자고 도입한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생각"이라고 했다. 예금보험공사 등 일부 공기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경위도 따질 생각이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친정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을 정조준했다.
류 의원은 "공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건 아닌지 날로 늘어가는 공기업 부채 문제도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교한 성장률 예측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여전히 주먹구구식 전망이 이뤄져 수정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세수 전망이 어긋나 국가 재정운용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국감을 통해 세수전망 실명제를 제안할 계획이다.
◆경제민주화=여당에선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경제 정책의 조타(操舵)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출범 8개월째인 현 정부의 키를 돌리라는 무거운 주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 측은 "오랜 관행과 안팎의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세입 여건이 나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경제활성화인지, 대선 공약 준수인지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경제학회장 시절 "포퓰리즘 대선공약 검증에 나서겠다"면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던 인물이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한구 의원 측은 "세수 부족 사태가 심각한데, 비과세 감면도 신통치 않다"면서 "정부가 경제민주화 공약의 탄생 과정을 되짚어 근본적인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재무부 이재과장을 거쳐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지냈다.
◆번외 키워드 '내란 음모와 대화록 실종'=휘발성 강한 현안의 당사자들이 참석하는 건 이번 재정위의 번외 관전포인트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문재인 의원 측은 "국가재정 문제에 집중해 국감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내란 음모 사건 연루설로 곤욕을 치른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측은 "여야의 의견을 살펴 세수를 늘리면서도 조세정의도 실현하는 절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박연미·전슬기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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