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남편과 부인,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인천 모자(母子)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차남의 부인 김모(29)씨가 자살함에 따라 이 사건의 명확한 실체 규명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남편인 정모(29)씨는 김씨와 처음부터 범행을 공모,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하고 있다. 경찰 역시 정씨의 진술과 함께 여러 증거를 들어 부인 김씨가 공범임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공범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그동안 주범으로 알려진 정씨가 숨진 부인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목격자도 없고 범행도구로 쓰인 증거물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 역시 전적으로 정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씨는 자살하기 전 남긴 유서에서 “부모님, 전 결백합니다. 남편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자백을 하게 하기 위해 전 한 달간 설득했습니다”라고 썼다.
또 시신유기 장소를 지목한 점과 관련해 “전 화해 여행으로 알고 급히 나갔고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수면제를 먹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다만 ○○씨(남편)가 차 밖으로 나온 것은 기억이 나 증언 및 조사를 받은 것뿐입니다. 정말 억울하고 한스럽습니다”라고 적었다.
김씨는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 시신 유기 당시 함께 있었지만 살해 과정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그러나 “경북 울진에 시신을 유기할 당시 부인과 차량에서 함께 내렸다”는 남편 정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정씨 부부는 범행 전인 지난 7월 말께 “땅을 파고. 자갈을 깔고. 불이 번지지 않게” 등 시신 유기 방법을 논의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정씨가 범행할 당시 부인과 네 차례 걸쳐 80여분간 통화한 것이 확인됐으며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 락스 등을 함께 구입했다”며 부인 김씨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근거를 밝혔다.
정씨 역시 부인 김씨와 공모해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정씨는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겠다는 얘기를 아내에게 했으며 그에 대해 의논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지난달 13일 어머니(58)와 형(32)을 살해한 뒤 다음 날인 14일부터 15일 사이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의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됐다.
정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13일 오전 8시30분 집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현금 20만원을 인출한 뒤 사라졌으며 형 화석씨도 같은 날 오후 자취를 감췄다.
차남 정씨는 모자가 실종된 지 3일 후 '어머니가 실종됐다'며 직접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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