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10장 뜻밖의 방문자(181)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짐승들의 사생활-10장 뜻밖의 방문자(181)
AD


'무슨 일일까....?'
혹시나 싶었다. 혹시나 또 전날처럼 개 죽은 일로 모인 건 아닐까, 아니면 또 그 비슷한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조용하였다. 윤여사 고모할머니의 악다구니 치는 소리도 없었다. 남자 노인네들끼리 그저 다들 뻑뻑 담배를 태우거나 걱정스런 표정으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운학 이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지나쳐갈까 했는데 강력한 호기심에 끌리기라도 한 것처럼 하림의 발걸음이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향했다. 가까이 간 하림은 거기에 모여 있던 노인 한사람을 붙들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쓰러졌어.”
노인은 하림을 한번 힐끔 보더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지난 번 윤여사 고모할머니와 이층집 여자랑 소동이 벌어졌을 때 안면이 있던 영감이었다.
“예....? 누가요.....?”
“누구긴. 슈퍼집 주인 아점씨지. 풍 맞은 사람 말여.”


슈퍼집 주인 아주머니라면 하소연이 사촌언니를 말했다. 지난 번 수도가 고장이 나서 물 뜨러 왔다가 본 적이 있었다. 반신불수의 심술궂은 얼굴로 석고상처럼 앉아 음료수 냉장고 위에 놓인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엠불란스를 불렀는데 여태 안 와요.”
듣고 있던 체구가 작은 다른 노인이 다소 친절한 어투로 말했다.
어떻든 불길했던 예감은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그런 상황을 안 이상 하림이 그냥 갈 수가 없었다. 더구나 하소연이 혼자 그녀를 돌보고 있다면 더욱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들어오란 말은 없었지만 하림은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게와 붙은 마루가 있는 별채의 살림집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저쪽에서 소연이 목소리가 들렸다.


“하림 오빠!”
작지만 반가운 목소리였다.
“응. 아주머니가 쓰러지셨다며....?”
하림 역시 반가운 마음에 소연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알았어요?”
“지나가다 우연히..... 근데 괜찮으셔?”
“아뇨. 지금 침 맞고 있는데 의식이 없어요. 빨리 엠뷸런스가 와야 할텐데....”
소연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침을....?”
“예. 내가 말했던 시 쓴다는 친척 아저씨 있잖아요. 그 아저씨가 침을 잘 놓아요. 쓰러지셨단 말 듣고 달려와서 응급 조치로 침을 놓아주고 있어요.”
“그래....?”
“들어가보고 싶으면 들어가도 돼요.”
소연이 말했다. 상황이 상황이라 전날 있었던 일 때문에 서로 어색해하거나 민망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까?”


소연의 말에 하림은 호기심이 동하여 말했다. 소연이 늙은 사촌 언니의 상태가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그렇지 않아도 시 쓴다는 그 친척 아저씨를 한번 보고 싶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