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애플이 글로벌 IT산업계의 지형을 뒤흔든 배경에는 애플만의 독특한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이 있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등 ‘마술’을 일군 애플의 제품들은 바로 한 사람의 손을 거쳤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영혼의 파트너’라고 불렀던 조너선 아이브 수석 부사장이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지난 19일 ‘조니 아이브 : 애플의 마술장막 뒤의 사나이’란 제목으로 아이브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자리에서 아이브 부사장은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과 함께 아이폰5S·아이폰5C와 새 운영체제 iOS7에 대해 언급했다. 미디어 이벤트에도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아이브가 인터뷰에 응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iOS7는 지금까지 애플 iOS의 핵심이었던 ‘스큐어모피즘(실제 사물의 형태와 개념을 모방)’ 디자인을 버리고 극도로 간결한 플랫 디자인을 택했다. 아이브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iOS7 작업을 위해 가진 회의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유리판을 터치하는 것에 익숙해졌으며, 더 이상 물리적 형태의 버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감했다”면서 “물리적 세계를 참조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서 큰 자유가 주어졌으며, 뭔가 특정하지 않는 환경을 창출하려 했고 거기서 디자인의 방향이 나왔다”고 말했다.
페더리기 부사장은 “iOS7의 새 외양은 기술적 발전에 따른 결과”라면서 “GPU(그래픽 처리 유닛)의 성능이 크게 향상된 덕에, 처음 아이폰이 나왔을 때처럼 디스플레이의 한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음영효과를 쓸 필요가 없는 만큼 분명한 타이포그래피를 원했다”고 언급했다. 아이브는 “콘텐츠에 더 집중하기를 원했고,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USA투데이는 “대부분의 IT기업들은 철학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각종 숫자를 나열한 제품 스펙이나 ‘클수록 더 좋다’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한다”면서 애플은 ‘철학을 가졌다’고 말하는 몇 안되는 IT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아이폰5C의 가격 역시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높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저가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브 부사장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값이 얼마니 화면 크기가 얼마니 하며 제품을 숫자로 따져 말하기는 쉽지만 그 가치를 숫자로 따질 수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우며, 그것이 애플이 하려는 것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소비자들이 전혀 볼 수 없는 제품의 내부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며, 그것이 우리가 옳다고 보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애플은 경영진 개편을 단행했고, 디자인 총책 아이브는 사퇴한 스캇 포스톨 부사장이 맡았던 사용자 인터페이스 업무까지 맡으면서 명실공히 애플의 2인자로 부상했다. 그는 산업디자인 총괄 업무에 더해 애플 제품 전반의 휴먼인터페이스 방향까지 관장하면서 모든 제품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디자인을 총괄하게 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바야흐로 진정한 조니 아이브의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쟁업체들의 기술 디자인 역시 주시하고 있지만, 영향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브는 “우리 스스로, 그리고 우리 제품을 구입하는 이들이 우리를 이끌어 나간다”면서 “단언컨대 애플이 다른 기업에 이끌리는 일은 없으며, 우리는 오랫동안 이를 증명해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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