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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제사'…동방예의지국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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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공자가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컫던 우리나라에서 전통적 제례 문화의 대표적 의식인 제사가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유교식 제례의 전통을 따르는 집안의 경우 '종손' 집안은 월 1~2회씩 연 10여차례의 제사를 모셔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명절이라도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제사를 지내더라도 간소하게 예를 올리거나 아예 대행사를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울산에 사는 8대 종손 김모(50)씨는 제사를 대폭 '간소화'했다. 김씨는 몇 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기 위해 고향 집을 찾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전에는 아버지를 기준으로 5대조에 해당하는 조상들의 제사까지 다 모시는 바람에 한 달에 한두 번은 제사를 위해 친가를 찾았지만, 요즘은 할아버지ㆍ할머니 제사만 챙기고 나머지 조상들은 1년에 1회만 지내는 '시제'로 대신하고 있다. 이전보다 모이는 친척들도 많이 줄어들어 제사 음식 마련도 옛날보다 훨씬 간소해졌다. 김씨는 "이전에는 친척들이 많이 관심을 갖고 멀리서도 찾아오곤 했지만 요즘은 관심들이 없다"며 "그나마 고향집에 살아계신 연로한 부모님이 열심히 제사를 챙기시지만 돌아가시면 제사도 더 줄고 친척들이 모일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공무원 박모(39)씨처럼 가족 여행 등을 이유로 명절에도 차례를 생략하는 이들이 많다. 박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끼리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 추석 제사는 여행지에서 간단하게 가족들과 함께 식사 전 묵념하는 것으로 대신할 계획이다. 박씨는 "제사라는 것도 일종의 형식으로 조상이나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모인 가족들과 정을 나누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세상이 변한 만큼 제사 문화도 변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0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사가 꼭 필요하다는 응답이 87.6%에 달했지만, 지난해 한 언론사의 설문 조사에선 63%로 대폭 줄어들었다. 제사의 방식ㆍ형식에 대한 의식도 많이 변했다. 2000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선 장남이 제사를 주관한다는 비율이 88%였지만, 2012년 설문에선 65.4%만 장남이 주관한다고 답했다. 2012년 조사에서 제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95.3%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종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제사가 조상의 추모와 효도를 통해 가족의 화합에 기여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가족문화의 의례적 울타리로 기능했던 제사가 현대의 다종교 상황 속에서 유교적 제사의 의의와 기능을 수용, 변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의례로 거듭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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