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블라디미르 발렌틴(29)이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15일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2013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의 홈경기다. 발렌틴은 4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 56,57호 홈런을 연달아 쏘아 올렸다. 오 사다하루(왕정치·1964년), 터피 로즈(긴테쓰·2001년),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2002년)가 보유한 일본 프로야구 최다홈런 기록(55개)은 물론, 2003년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세웠던 아시아 시즌 최다 홈런(56개)까지 넘어섰다.
당초 발렌틴은 기록 달성이 쉽지 않아 보였다. 상대 투수들이 고의적으로 승부를 피해왔기 때문. 과거에도 로즈, 카브레라 등은 일본 홈런 기록을 외국인 선수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일본 투수들의 집중견제를 받은 바 있다.
반면 이날 한신 선발 에노키다 다이키는 정면 승부를 선택했고, 덕분에 발렌틴도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1회 1사 2루 첫 타석에서 에노키다의 4구째 137㎞의 직구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쳐냈다.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선 에노키다의 4구째 120㎞ 슬라이더를 때려 또 다시 좌측 펜스를 넘겼다. 연타석 홈런이자 그가 명실공이 아시아 최고 거포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네덜란드령 큐라소 출신인 발렌틴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시애틀 매리너스와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었으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은 세 시즌 170경기 15홈런. 이후 2011년 일본 야쿠르트에 입단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첫 해 140경기에서 31홈런을 때려내더니, 지난해에도 106경기에서 31홈런을 기록해 장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파워에 비해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올해는 타율도 3할대 중반을 기록하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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