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스테이크하우스에 美 경기 불·호황 녹아있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대형 투자은행 직원들이 점심마다 삼삼오오 몰려와 비싼 탄산수와 대여섯개 애피타이저, 수백달러짜리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을 주문했다. 꽃 장식으로 둘러싸인 큼직한 게 요리와 최고급 스테이크를 주메뉴로 삼아 느긋한 점심 식사가 이어졌다."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2007년 미국 뉴욕 소재 고급 스테이크하우스 델 프리스코의 분위기다. 그러나 2008년부터 상황은 바뀌었다. 손님 수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손님들은 비싼 스테이크보다 저렴한 메뉴를 찾았다.
델 프리스코의 스콧 고울드 메니저는 "잘 나가던 레스토랑에 한순간 폭풍우가 몰아쳤다"며 "손님들은 비싼 와인 대신 물을 마시고 고급 메뉴 대신 값싼 애피타이저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델 프리스코의 매출은 2008년 이후 연 평균 20%씩 급감했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총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지수'를 본떠 만든 '스테이크하우스 지수'에 대해 최근 소개했다.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스테이크 소비를 보면 미 경제가 호황인지 불황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분석 대상은 델 프리스코, 포터하우스, 스미스 앤 월렌스키 등 뉴욕의 3대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다.
포천은 이를 토대로 미 경기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침체의 늪에서 벗어났다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주춤했던 금융인·기업인들이 고급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달러 약세에 힘입어 외국 관광객의 방문도 늘었다.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넘으면 스테이크하우스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인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스테이크하우스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도 급증하는 추세다.
포터하우스의 마이클 로모나코 주방장은 "지난해 후반부터 매출이 두 자릿수로 뛰기 시작했다"며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같은 거물급 비즈니스맨은 물론 남미 관광객들도 대거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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