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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천기저귀 든 29세 여사장…7년만에 '에코맘' 잡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48초

<12> 최영 펀비즈 대표

[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천기저귀 든 29세 여사장…7년만에 '에코맘'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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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잘나가던 중소기업 팀장자리 박차고 나와…잘되리란 확신 있었다
땅콩형 기저귀 개발…약해질 때마다 '여성' 아닌 '사업가'라 생각하며 극복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회사에 다니면서도 계속 '창업하고 싶다'는 고민을 했어요. 직원으로서 일하는 것도 좋았지만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거든요. 다들 만류했지만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사표를 던졌어요. 내 브랜드로, 내 제품으로 세계에 나가고 싶었어요."


펀비즈 최영 대표는 10일 인터뷰에서 "잘 나가던 중소기업 팀장 자리를 던지고 나온 건 열망 때문이었다"며 7년 전을 추억했다. 그의 나이 29세, 주변인들 모두가 '누가 요즘 천기저귀를 쓰느냐'며 말렸지만 꿋꿋하게 창업에 도전했다. 손에 쥔 돈은 400만원뿐이었고, 직원 월급 줄 돈도 없어 지인의 사무실에 신세를 졌지만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는 "친환경ㆍ기능성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갖고 도전했다"며 "홈쇼핑 영업 경험을 통해 위생용품과 흡수용품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인정받을 수록 브랜드 열망 커져 = 최 대표의 펀비즈는 '땅콩형 기저귀'로 주부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방사능으로 일본산 기저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기저귀를 개량한 땅콩형 기저귀가 각광받고 있는 것. 땅콩형 기저귀는 기다란 사각형 모양의 천기저귀와 달리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아이들의 체형에 딱 맞는 제품이다. 기저귀 커버 안에 안감을 덧대고, 아기가 용변을 볼 때마다 안감만 갈아주면 된다. 그는 "일회용 기저귀와 달리 땅콩형 기저귀는 천기저귀처럼 빨아 쓸 수 있는데다 기존 천기저귀와 달리 접고 개는 불편한 과정이 없이 편리하게 쓸 수 있다"며 "환경과 편리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늘면서 지난해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땅콩형 기저귀를 취급하는 업체도 증가해 현재 '땅콩기저귀'라는 브랜드를 두고 업체 간 소송이 진행됐을 정도다.


그는 사회생활을 다른 여성들보다 일찍 시작했다. 중학교를 마친 후 바로 중국의 전문대학교 격인 중산대학교에 입학해 졸업했고, 스무살 때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두 번째 직장인 옴니텔에서는 중국 내 26개 성에 지사를 설립하는 한편 휴대폰 벨소리 사업을 론칭하는 등 현지 전문가로서 직장 내에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직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만의 브랜드에 대한 열망은 커져갔다. 최 대표는 "중국 사업을 더 이끌어 갈 수도 있었지만, 6년쯤 일했을 때 '이제는 도전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장 주가가 높을 때 회사를 떠나야 후배 팀원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처음에는 육류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을 겨냥, '하이포크'나 '하림'처럼 위생적인 육류를 중국에 유통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자본도 없고 현지 유통 경험도 없어 국내에서 바닥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 만든 제품은 땅콩형이 아닌 사각형 천기저귀. 일단 제품을 만들어놓고 나니 '못 팔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최 대표는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그는 "못 팔면 폐기처분은 어떻게 할지,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고민이 너무 많아서 거의 공황상태였다"며 "무형의 IT상품만 팔다가 직접 제조한 제품을 팔려니 막막하고 힘들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사업가는 존재해도 남자, 여자는 존재하지 않아 = 브랜드 인지도가 없었던 초기에는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체험단을 모집하고 무료배송을 진행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첫 6개월간 매출이 1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렇게 바닥을 기다 2007년 2월 베이비페어에 부스를 냈다. 소비자 박람회인줄도 모르고 견본품만 가져갔던 그는 구름떼처럼 몰린 고객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날 밤을 새 제품을 만들어 사흘 동안 1000만원어치를 팔았다. 그 때서야 그는 블로그나 카페 등으로 소극적으로 알릴 게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잘 팔린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 날부터 모든 방송사와 교양프로그램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제품을 알리기 위해 발로 뛰었다. 그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방송을 타면서 회사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매출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며 "요즘은 무료체험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면 10명 선발에 1000명이 몰린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유아용 기저귀를 넘어 실버용품에도 눈을 돌리면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노인용 기저귀와 요양원에 공급되는 방수시트 등을 '에코리아' 브랜드로 공급 중이다. 그는 "유아용 브랜드 인지도를 많이 키웠으니 앞으로는 실버 시장에도 집중할 것"이라며 "국내에 실버케어 상품이 부족한 만큼 그 부문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해질 때마다 스스로를 '여성'이 아닌 '사업가'라고 생각하며 극복해 왔다. 최 대표는 "여자라서 힘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를 여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사업에는 사업가가 존재할 뿐이지 여자와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계속 '마인드컨트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최 대표 역시 '유리 천장'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영업에 있어서는 남자들을 넘어서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그는 인정했다. 최 대표는 "남자들은 술 먹고 형님, 동생 하기도 하고 서로 담배피면서 친해지는 계기도 만들 수 있는데 여자들은 대부분 그러기가 힘들다"며 "하지만 동시에 여성 사장들은 섬세하고, 사업에 있어서 과도한 리스크를 지지 않는 안정성이 돋보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을 준비 중인 지망생들에게 그는 도전정신을 갖고 한 번 시도해보라고 충고를 건넸다. 특히 정부가 창조경제를 장려하면서 대대적으로 창업지원에 나서면서 창업환경 자체가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생각이 있다면 생각만으로 끝내지 않고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만의 꿈이 있다면 창업은 정말로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최영 대표는 ▲1977년생 ▲1997년 중국 중산대학교 학사 졸업 ▲1998년~2001년 유피텍 해외사업팀장 ▲2001년~2006년 옴니텔 중국사업팀장 ▲2010년 한국여성벤쳐협회 이사(임원)위촉 ▲현 펀비즈 대표이사(2006~현재)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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