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저詩]김영랑의 '오-매 단풍 들것네'

시계아이콘00분 47초 소요

'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매 단풍 들것네'//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리/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의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이 전라도 강진 출신의 시인이라는 것을 모를 때, 내게 저 말 '오-매 단풍 들것네'가 영혼의 혈관 속에 흘러 들어왔다. 우습지만 경상도 억양으로 저 말을 되뇌이며 순정한 경탄을 열 몇 살의 감성 속에 아로새겼다. 수십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이제는 사랑스럽고 귀엽고 음악적인 전라도 말이 귀에 들어온다. 스물 몇 살에 알았던 전라도 장흥의 그 뺨 붉은 소녀와 겹쳐지며, 놀람이 그득한 동그랗고 맑은 눈이 그제야 어룽어룽 내 눈에 닿는다. 따악 지금쯤이다. 열하(熱夏)를 지겹도록 앓고난 다음 아침저녁으로 귀뚜라미 소리처럼 기어드는 소슬바람 몇 가닥이 피부에 까슬한 삼베적삼처럼 닿는 때, 그때 문득 마당에 툭 떨어지는 감나무 잎 하나. 아직 대강은 파랗지만 잎사귀 골짜기가 슬그머니 붉어져 있다. 바람결에, 먼데서 온 편지처럼 무심히 툭 떨어지는 붉은 잎. 소녀는 연애편지라도 받은 것처럼 뺨이 덩달아 붉어진다. 곁에 있던 오빠는 무심히 말을 걸어본다. 왜 놀라니? 추석이 벌써 가까이 다가와서 설레는 거니? 아니면 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이제 곧 추워질까봐 걱정하는 거니? 그러나 누이는 오빠 말엔 댓구도 하지 않고 빠안히 나뭇잎만 쳐다보고 있다. 오-매 단풍 들것네. 그 은근하고 새침한 동어 반복. 말맛이 익어 함께 또옥 떨어질 것 같은, 어느 멋진 초가을 하늘 아래.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