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건설회사 현금자산 4.7% 늘어…하반기 수익 불확실해 줄어들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상장 건설회사들의 현금 동원능력이 한층 개선됐지만 주가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개 상장건설사의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총 7조1875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8588억원)보다 4.7%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포함해 단기 금융상품이나 금융기관 예치금 등으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말한다.
지난해 말 공사 결제대금 규모가 늘어난 가운데 선제적인 자금 확보와 보수적인 자금운용이 현금성 자산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GS건설의 상반기 현금성 자산은 2조1994억원으로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을 넘었다. 지난해말 1조4178억원에 비해 무려 55.1%나 급증했다. 상반기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것은 정부의 기업어음(CP) 발행 규제 강화 전, 장기 CP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건설경기를 보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들이 늘면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1조4070억원으로 지난해말(1조3782억원)보다 2% 가량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한 대우건설도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 본사 사옥 조기상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1034억원의 차익을 실현하면서 현금성자산이 4290억원으로 늘어났다.
증권업계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보인 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말 3428억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이 4028억원으로 다소 늘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울산과 아산, 대구 등 자체사업장의 분양시기가 지연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도 "하지만 현금성자산이 1분기보다 700여억원 많아졌고, 차입금은 2000억원 줄어드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현금·현슴성 자산이 동반 감소했다. 지난해 말 대비 현대건설은 17.6%, 대림산업은 17.2%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의 경우 현금 자본이 투입되는 자체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대와 대림의 경우 실적이 개선됐지만 해외수주 결과가 늦게 반영된 탓도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현금성 자산 증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반기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부 건설사의 현금ㆍ현금성자산 증가는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을 수밖에 없어 현금ㆍ현금성자산이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