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국 의회의 시리아 제재동의안 부결로 인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지도력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30일(현지시간)보도했다.
언론들은 캐머런 총리가 국제사회의 시리아 군사 개입론을 앞장서서 주도했지만 정작 긴급 소집된 하원 표결에서 제재안 통과에 실패함으로써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당초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제재안의 무난한 통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285 대 272로 반대표가 앞섰다. 이번 표결에서는 보수당 의원 30명을 비롯해 연립정부 진영에서 50명이 반대표를 던져 총리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저스틴 그리닝 국제개발장관과 마크 시먼스 외무부장관 등 각료 4명이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도 고조됐다.
이번 시리아 제재안 부결은 1782년 미국과의 확전 동의안 부결 이후 231년 만의 의회에서 이뤄진 참전 거부권 행사로 기록됐다. BBC는 "의회가 정부의 시리아 군사개입 안을 거부하고 전쟁통제권을 확보해 헌정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분석했다.
군사 제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총리의 대응이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캐머런 총리가 여름휴가 중 의회를 긴급 소집하는 등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교훈 삼아 군사개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을 경시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자료는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사용을 정당화하기에 미흡했다는 평가도 따랐다. 더 타임스는 "표결을 앞두고 진행된 캐머런 총리의 연설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흘렀다"고 지적했다.
표결 불발이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대한 지도력 논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총리직이 도전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총리실 관계자는 "경제와 교육·복지개혁 등 정책에서는 총리에 대한 당내지지에는 흔들림이 없다"며 "시리아 제재안 부결을 계기로 불신임 동의가 추진된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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