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임선태 기자] # "나를 알고 있냐."(기옥 금호터미널 대표ㆍ64) "나 박찬구 회장 모시는 ○○○다."(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 김모씨ㆍ59) 김씨는 답변과 함께 술잔에 담긴 술을 기 대표의 얼굴에 들이부었다.
이후 대화. "우리가 누군지 아냐."(기 대표 부인) "안다. 친구(박찬구 회장) 배신한 기옥 대표 (부부) 아니냐."(김씨)
지난 7일 오후 6시께 서울 한남동 모 식당. 김씨가 예약룸으로 들어가는 기옥 대표 부부를 뒤따라간 뒤 벌어진 상황이다. 사건 당시 박찬구 회장은 휴가여서 서울에 없었고 김씨는 친구들과 이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이후 기 대표는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김씨가 자신을 미행했고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는 것이다.
기 대표 측은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로부터 모욕적 언사와 사실상 폭행을 당해 고소를 하게 됐다"며 "아무런 사적 원한관계도 없음에도 부부동반 모임으로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그런 행위를 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박찬구 회장의 사건에 머지않아 기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데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확인하고, 석유화학의 대표이사를 지낸 직장상사에게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고소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9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두, 술을 먹던 중 기 대표를 발견해 순간적인 감정으로 뒤따라 가 술을 부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미리 자리에 앉아 술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미행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미행을 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13년 동안 박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박 회장과 기 대표 간 인연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기 대표가 박 회장을 배신했다고 보고 있다.
1979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등을 거치며 30여년간 총수 일가의 발이 돼 온 그는 박삼구ㆍ찬구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면서 기 대표의 행보에 서운함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운함이 술김에 술잔 들이붓기로 나타난 것이다.
고교 동문 사이인 박 회장과 기 대표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CC 대표를 맡고 있었던 기 대표를 금호석유화학 대표 자리로 추천했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지만 박삼구ㆍ찬구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급속히 멀어졌다.
박 회장 측은 기 대표가 이른바 금호가(家) 형제의 난이 발생하자 박 회장을 몰아세우는 데 앞장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 해임 직후 그룹이 박 회장 집무실을 부수는 과정에서 기 대표가 임원들을 세워놓고 "박찬구 회장 절대 못 돌아오니 혹시라도 다른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후 기 대표는 금호산업 건설부문 대표를 거쳐 현재 금호터미널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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