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저詩]이홍섭의 '물미역' 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37초 소요

늦은 저녁/물미역 하나 놓고 밥을 먹다가/입적하시기전 물미역을 찾으셨다는/법정스님 생각이 났습니다.//구해온 물미역을/두 손으로 오래 만지셨다는 입적 여드레 전날이/밀크덩 만져졌습니다.//(......)먹는다는 것,/만진다는 것,/그리워한다는 것은 늘 성스럽습니다.//가난한 저에게도/오늘 밤은/미역귀처럼 환하게 열립니다.


이홍섭의 '물미역' 중에서


■ 씻은 김치 쌈이나, 양배추 쌈이나, 상추쌈이나, 씁쓸한 머위쌈이나, 깔깔한 호박잎쌈이나, 깻잎쌈 콩잎쌈까지 밥을 감아 한 입에 털어넣는 쌈에 열광하는 까닭은, 어린 적빈(赤貧)의 밥상이 궁한 그대로 혀의 모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찬을 따로 차려내기 어려웠던 어머니는 된장이나 고추장 따위만 밥끝에 고명처럼 얹어 시골에서는 지천인 풋것 잎사귀들로 가림하여 우걱우걱 삼키는 웰빙 레시피를 우리집 메뉴1호로 지정해놓으셨다. 그런 허튼 쌈 가운데서도, 귀족처럼 오르는 것이 물미역쌈이다. 바다냄새를 풍기는 이 흑갈색의 미끈하고 졸깃한 저작감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독특한 추억이었다. 출신지부터가 다른지라 우선 귀했고, 무엇보다 그 맛은 중독성이 있어서 초고추장만 봐도 눈에 어른거리는 맛할배였다. 시인은 물미역을 앞에 놓고 법정스님이 그나마 쥐었던 세상의 것 다 놓고난 뒤 이 음식을 찾았다는 기사를 기억해낸다. 쌈을 싸려고 미역줄기를 쥐니 밀크덩, 스님의 그날의 촉감을 회복시켜준다. 밥을 먹고사는 인간이라는, 절실하고 소박한 이 공감이 그 '밀크덩' 한 줄기에 순간이동하는 벅참.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