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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송찬호의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시계아이콘00분 40초 소요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달이 솟아오르는 창가/그의 옆에 앉는다//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연신 등을 부벼대는/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맑게 씻은/접시 하나 꺼낸다//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아무것도 없구나/여기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송찬호의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고양이를 왜 많은 사람들은 나비라고 부를까? 그중에 그럴 듯한 것은, 원숭이처럼 나무에 잘 오르니까 붙여준 애칭이라는 것이다. 원숭이는 원래 '(잣)납'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17세기 이후에 원성(猿猩)이라는 한자를 빌어 지금의 명칭이 생겨났다고 한다. 나비와 고양이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옛 그림에는 이 두 동물이 등장하는 것이 많다. 이른 바 묘접도(猫蝶圖)라는 것인데, 이 그림들은 대개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뜻을 담는다. 묘접이라는 말이 중국말로 읽으면 '오래 사는 것(모질)'이라는 의미가 되기에 생겨난 풍습이다.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만난, 두 동물은 사실 장수동물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그것이 비록 기원은 그렇다 하더라도, 두 동물을 그리면서 사람들은 평화롭고 가볍고 산뜻한 정취를 느꼈을 것이다. 이 짐승에게는 봄날같은 나른함과 가벼움이 느껴진다. 나비 또한 하느작거리며 허공을 부채질하는 모양에 하나도 성급한 기색이 없다. 이 아름다운 절창이 주는 맛은, 청빈(淸貧)의 감미로움이다. 우린 이걸 잃어버린지 오래 되었다. 가난한 것은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이 사전 풀이처럼 들어와 박혀, 가난함의 저 맑음을 까먹어버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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