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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선균의 '생이가래'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46초 소요

교실 창가 어항에 떠있는 생이가래/이 물풀의 어원을 캐내지 못했네./해임 사유 우거진 채용계약서를/해마다 갈아엎는 내가/일년초 생이가래와 같아서,/가라면 가야 하는 나는/생이, 가래, 라는 철학적 해석에 무릎을 치네./너에게 언제 해임될지 모르는 꽃세상/이 거대한 어항에서 근근히 부유하는 내가/또한 생이가래와 같아서/생이, 갈애, 라는 가슴 아픈 해석에(......)


이선균의 '생이가래'중에서


■ 물 위에 가득 떠 있는 푸른 부초, 생이가래?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으니, 시인은 그만 스스로의 상상을 펼치기로 했다. 생이, 가래. 이렇게 풀자 절절해진다. 세상에 태어나 일 좀 하고 허리 좀 펴려고 했는데, 생이 벌써 나서서 나더러 이제 가보래. 1년생 풀의 다급한 푸념이 딱 네 글자에 접사한 사진처럼 찍혀 있지 않은가. 생이, 갈애. 갈애(渴愛)는 부처의 문하에서 많은 사람들이 끊으려 애쓰던 '목마른 사랑'이다. 짧은 생이기에 아귀처럼 살아 내야 하니 이보다 더한 갈애가 어디 있으랴. 시인은 비정규직인 스스로의 인생과 동렬에 놓으며 풀잎처럼 몸을 흔든다. 이 '감정이입'을 진정시켜 줄 겸해서, 나도 이 이름의 뜻에 대해 생각을 풀었다. 생이는 경상도 방언으로 상여이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늘 상여를 두는 마을의 무서운 창고를 '생잇집'이라고 불렀다. 가래는 삽의 일종이다. 그걸 합치면 상여에 쓰는 삽이다. 죽은 이를 하관한 뒤 흙을 퍼 넣는 그 묵중한 삽. 생이가래를 보면서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 풀은 물의 수면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히 덮어버리는 양치식물이기 때문이다. 몰관(沒棺)하듯 파묻어버리는 이 녹색의 삽.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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