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29일 열리는 서울대 졸업식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하게 돼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 출신 고려인 3세 홍야나(25)씨다.
홍 양은 2006년에 처음 무작정 한국을 찾았다.
"조부모님이 러시아로 이민오신 후 부모님에 이어 계속 러시아에서 살면서 한국이 점점 멀게 느껴져 제 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어도 전혀 할 줄 모르고, 한국 문화에도 익숙치 않았던 홍 양에게 한국에서의 생활은 두려움과 도전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한국을 배우고 자신의 뿌리를 찾겠다'는 목표 아래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서울대에 입학해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기에 이르렀다.
능숙치 않은 한국어로 문학을 공부하기란 홍 양에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기도 어려워 주변 학우들과 친해지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교수님들과 학우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학 전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공부만으로도 어려웠지만 홍 양은 다양한 사회활동에도 참여했다. 학내 외국인 학생회인 SISA(SNU International Student Association)에서 임원진으로 활동하며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교류를 도왔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또한 학내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학우들과 함께 공연도 하면서 친목을 쌓았다. 이런 활동 덕분에 홍 양은 한국 문화에 적응하며 한국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6월부터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 양은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 간의 무역 활동을 증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나아가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홍 양은 "누구나 살면서 문제점이나 두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대학에서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제 정체성을 찾았어요. 이제 졸업은 대학 생활의 끝이지만 또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해 당당하게 미래를 개척할 겁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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