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스페인 발렌시아 부뇰(Bunol)에서 28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적인 토마토 축제 '토마티나'가 탄생 69년만에 처음으로 유료로 진행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매년 8월 마지막 수요일에 부뇰에서 열리는 토마티나는 스페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축제다. 축제는 1944년 토마토 값이 폭락하자 성난 농부들이 항의의 표시로 시의원들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에서 기원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부뇰시 정부는 올해부터 참가자 전원에게 10유로(약 1만5000원)의 입장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또 토마토를 던지는 묘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인 토마토 트럭 위에 올라타는 일부 참가자들에게는 750유로 이하의 비용을 받기로 했다. 시 정부는 축제 개시에 앞서 1만5000개의 입장티켓을 모두 팔았으며 지역 주민들을 위해 5000개의 무료 티켓도 마련해 놨다.
FT는 팜플로나 황소몰이와 함께 스페인 축제의 상징이었던 토마티나가 이례적으로 유료 행사로 진행되는 것이 스페인의 경제침체와 재정 악화 상황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부뇰시 정부는 참가자 수 제한과 안전 보장을 위해 토마티나 축제를 유료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 재정 상황이 예전보다 악화된 데 따른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축제 관련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시 의원 라파엘 페레즈는 "토마티나 축제를 여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15만유로 가량 된다"면서 "입장료를 받으면 축제비용을 어느정도 충당할 수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페레즈 의원은 "그러나 제도 변경은 지난해 축제에 참가하려는 5만명의 인파가 부뇰의 좁은 골목으로 몰려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옴짝달싹 못한 것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마련된 것"이라면서 "유료화로 참가자를 제한하면 안전 문제도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 정부의 축제 유료화 해명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내부에서는 시 정부가 국민 축제를 사업화 하려는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즈는 "토마티나의 유료화는 경제 위기 늪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스페인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이 기사를 실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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