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동구리와 강아지가 알록달록한 대나무 숲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캐릭터 회화'라거나 '팝아트'쯤으로 분류되는 권기수의 그림에선 사물의 단순한 표현과 동심을 자극하는 귀염성이 짙게 묻어난다. 여기에 한국적 색채감과 이를 응용한 색채의 배열은 작품의 배경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웃는 미소의 단순하고 둥근 얼굴. 친근하고 귀여운 '동구리' 캐릭터로 10여년간 국내외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권기수 작가가 제주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되는 40대 작가 중 한 사람인 권기수는 이번 전시에서 한층 동양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선보이며,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귀엽고 단순한 듯 보이는 권 작가의 그림은 사실 '역설'을 품고 있다. 그의 그림 '골든 가든(The Golden Garden)'에서 동구리는 마음을 달랠 곳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홀로 앉아 있는 이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사실은 의미를 달리하는 미소다. 외로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웃음이다. 작가는 "현대인의 삶은 각박하다. 옆집과 위아래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채 왕래 없는 삶을 살아간다. 또 현대인은 홀로 외줄타기하듯 몸을 기댈 곳도, 마음 둘 곳도 없다. 이 땅 언저리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호흡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관객에게 그림을 통해 '스스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성'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작가는 노자의 '도덕경'을 제시하며 공(空)의 상태인 자연의 근본상태로 회기해 심신을 안정시켜 삶의 방향을 차분히 생각해 보라는 듯 색색의 화려한 대나무 숲을 작품에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8년 이후 권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그의 이력은 꽤 화려하다. 해외에서는 런던 사치갤러리, 런던 플라워 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진바 있고, 국내에서는 KIAF와 화랑미술제, 아트쇼부산 등에 작품을 출품했다. 아트페어인 아르코에서 출품작 전량이 판매된 적도 있으며 홍콩시청, 타이완 국립미술관, 대만 현대미술관, 싱가폴 아트뮤지엄 등에서 초청전을 가졌다. 10월 27일까지. 박여숙화랑 제주. 064-792-7393.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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