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퍼들 가운데는 유독 식도락가가 많다.
전국 각지의 골프장을 다니면서 지역 특산물을 앞세운 별미들을 맛볼 기회가 많은 까닭이다. 대다수 골프장이 클럽하우스 식당의 메뉴 개발에 공을 들이는 까닭이다. 요즈음에는 더욱이 차별화 마케팅이 대세다. 당연히 깔끔한 코스가 바탕이다. 여기에 동선마저 짧다면 회원권 하나 욕심날 법도 하다. 이번 주 <골프三매경>은 경기도 안성의 마에스트로골프장을 찾았다.
▲ 여기는 '유러피언 스타일'= 양재IC에서 골프장까지 70km, 막히지 않으면 40~50분 거리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면 높고 둥근 천정이 유럽의 성처럼 웅장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체크인부터 스타트하우스까지 합리적인 동선도 안락함을 만들어준다.
로버트 오윈 페인터가 맡은 코스 역시 유러피언스타일이다. 프로대회가 열리는 잉글랜드의 킹스반과 플레이어스클럽을 설계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다양한 코스를 디자인했다. 세계 베스트 코스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올라가는 설계가다. 마에스트로는 코스를 감싸 안은 울창한 기존 수림과 계곡을 고스란히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 자연 그대로 구성해 수십년이 지난 골프장 같은 성숙미가 있다.
레이크와 밸리코스로 나뉜다. 레이크는 이름 그대로 물의 코스다. 푸른 호수에 새하얀 벙커가 대조를 이뤄 눈도 즐겁다. 487야드의 긴 파4홀인 9번홀이 18개 홀 가운데 가장 어렵다. 티 샷부터 물 위로 날려야 한다. 티잉그라운드 앞쪽에서 시작되는 이 호수는 IP지점 오른쪽까지 연결된다. 두 번째 샷 역시 그린 오른쪽으로 도열한 벙커를 조심해야 한다.
밸리코스는 스코틀랜드 스타일의 조형미를 강조했다. 생태습지와 계곡, 암반, 폭포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경관은 수려하지만 끊임없이 두뇌게임을 해야 한다. 골프장 측은 "역동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코스"라며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막판 17, 18번홀이 승부처다. 17번홀(파4)은 그린 주변의 벙커를, 18번홀(파5)은 아예 아일랜드 그린이다.
▲ 최상급 일식에 안성맞춤관광까지= 라운드가 끝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면 내로라하는 쉐프들이 기다리고 있다.
메뉴부터 독특하다. 여름철에는 바다장어 샤브샤브가 보양식으로 인기다. 통영산 바다장어를 조리사들이 직접 손질해 믿고 먹을 수 있다. 제철 신선한 야채가 곁들여진다.
능이버섯 장어덮밥도 추천 메뉴다. '일능이 이표고 삼송이'라는 말처럼 버섯 중 최고 대우를 받는 능이버섯에 국내산 민물장어를 곁들여 느끼함을 없앴다.
클럽하우스에 일식당을 특화했다는 점도 여느 골프장과 다르다. 계절별 생선과 해물을 주재료로 사용해 늘 새로운 코스요리가 등장한다. 물론 최상의 선도와 품질을 자랑한다.
라운드 후 시간이 있다면 종교와 상관없이 미리내성지를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골프장과 지척이다. 양성면 미산리에 위치한 김대건 신부를 모신 천주교의 유서깊은 성지다. 산 높고 골이 깊어 이름처럼 은하수가 뿌려져 있는 느낌이다. 천주교가 박해받던 1800년대 초 신자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곳이다. 밭을 일구고 그릇을 구워 팔았다고 전해진다.
고삼호수도 있다. 1960년에 준공한 94만평 규모의 호수다. 낚시터로 유명하지만 몽환적 느낌을 살린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주 무대로 더 유명하다. "안성 유기는 주문한 것처럼 꼭 들어맞는다"해서 유래한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있다. 관광이 필요하다면 '안성맞춤관광'이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사이트(tour.anseong.go.kr)에서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골프장 옆으로 호텔과 빌라가 마무리 단계다. 25개의 호텔 객실과 5개의 풀빌라로 구성돼 있다. 객실 수는 적지만 최고급을 지향했다. 사우나와 피트니스클럽, 야외수영장까지 각종 편의시설이 특급호텔 이상의 수준을 자랑한다. 각계의 전문가를 초빙해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자재 선택까지 공을 들였다. 넓은 공간과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점을 내세운다. 복층구조의 단독빌라에는 수경정원까지 갖춰 놨다.
안성=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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