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유기농골프장이라고?"
전북 장수에 8월 초 개장하는 장수골프장(대표ㆍ최광선)은 슬로건부터 독특하다. 바로 '유기농'이다. 당연히 자연을 최대한 보존한 설계가 토대가 됐다. 인공적인 요소를 최소화시킨 수려한 경관 속에서 플레이하면서 적송과 왜송, 떡갈나무, 자작나무 등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바로 그 곳에 있다. <골프三매경>이 이번 주에는 친환경을 실천한 장수골프장을 찾아갔다.
▲ 해발 500m "여름에도 시원한 백구의 향연"= 18홀 정규 골프장의 평균 토공량은 200만㎥ 내외다. 장수는 그러나 페어웨이빌리지를 포함시켜도 120만㎥에 불과하다. 부지가 작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연을 최대한 보존해서다. 미국의 코스설계가 짐 잉(Jim Engh)은 "완만한 산등성과 계곡을 원래의 흐름대로 살렸고, 각 홀이 가져야할 전략적인 요소와 심미성 등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했다.
코스로 조성된 대부분의 부지가 공사 이전에는 논밭과 과수원, 축사 등으로 사용하다 버려져 이미 훼손된 상태였다. 김현철 기획팀장은 "골프장을 위해 새로 개발된 자연 지형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일도 자제했다. 이미 설치돼 있는 대형 관정을 지자체로부터 인수해 비상시에 사용하는 정도다. 연못물을 재활용한다.
합성비료 대신 가축 분뇨를 처리한 천연액비를 사용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유의 고약한 냄새를 잡아 무취에 가깝다. 합성비료보다 엄청난 양을 지속적으로 살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유기농'을 위해 고단함을 감수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작용했다.
골프장은 해발 500m의 고지대에 자리 잡아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18홀 파72에 전장 7536야드, 전 홀에 양잔디를 식재했다. 각 홀은 독립성을 강조해 고요한 숲속에서 나 홀로 라운드하는 느낌이다. 적절한 언듈레이션과 10개의 넓은 호수, 아름다운 벙커들이 코스 곳곳에 포진해 난이도가 됐다. 클럽하우스는 화려함보다는 골퍼의 편의를 위한 실용주의를 택했다.
▲ 말 타고 한우 바비큐까지= 장수IC에서 4km,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5분이면 골프장에 도착할 수 있다. 대전에서 1시간, 전주 40분, 대구는 1시간30분이면 된다. 중부권과 호남, 영남권 골퍼까지 골프장 가기가 편하다. 수도권 골퍼 역시 장수를 지나 전국 어느 곳을 다음 여행지로 잡아도 무리가 없는 셈이다. 골프장 주변에도 명소들이 즐비하다. 장안산 군립공원과 와룡 자연휴양림, 방화동 가족 휴가촌, 장수 승마장, 논개 생가마을 등이다.
논개 생가마을 인근은 특히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골프투어뿐만 아니라 1박2일 가족 여행을 계획해도 좋다. 무엇보다 승마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경주마 육성 목장인 장수 경주마목장이 골프장에서 지척이다. 승마 체험장도 함께 있다. 골프장 측이 연계를 통해 다양한 활용을 서두르고 있다.
'먹거리'는 골프장 안에도 풍성하다. 클럽하우스 옆에 60m 길이의 야외수영장이 있고, 주위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장수 한우와 꺼먹돼지 바비큐가 준비된다. 이곳 한우는 특히 650m 이상 청정 초원에서 자란다.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다. 사계절 맑은 공기에 자연 암반수로 사육해 지방량이 적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육색도 뛰어나다.
토종돼지도 마찬가지다. 지리산 야생 녹차와 활성탄을 먹여 고소하고 담백한 반면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어 다이어트로도 인기다. 사과의 고장이기도 하다.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하며 색깔도 으뜸이다. 2번홀 페어웨이 옆에 조성된 사과나무는 홀인원을 기록한 골퍼에게 1주씩 분양해 매년 수확한 사과를 보내준다는 점이 재미있다. 홀인원 기록자가 골프장에 기념수를 심는 것과 정반대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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