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별 자진신고 내역 집계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0억원 이상의 해외 금융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촌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지난 6월 한 달간 해외 금융계좌 신고를 받은 결과, 678명이 6718개의 해외계좌에 총 22조8000억원의 예금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신고 대상은 지난해 단 하루라도 해외 금융사에서 개설한 계좌에 10억원 이상의 현금이나 주식을 보유했던 개인이나 법인이다.
올해 신고자 가운데 개인은 310명으로 총 2조5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년에 비해 19.1% 늘어난 액수다. 개인 신고현황을 세무서별로 살펴보면 방배ㆍ반포ㆍ잠원동을 관할하는 반포세무서가 가장 많은 4115억원을 신고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금액별 순위 1위다. 다음은 재벌 총수들이 몰려 있는 한남동과 이촌동을 담당하는 용산세무서로 총 2765억원이 신고돼 작년 3위에서 올해는 2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뒤를 이어 역삼(2537억원), 삼성(2472억원), 잠실(2145억원), 서초(1463억원), 마포(1163억원), 종로(1080억원), 강남(911억원), 제주(747억원) 등의 순이었다. 개인 신고금액 기준 상위 10개 세무서에 서울 지역을 제외한 제주세무서가 유일하게 포함돼 눈길을 끈다.
특히 강남구(역삼ㆍ삼성ㆍ강남세무서) 5920억원, 서초구(반포ㆍ서초) 5578억원, 송파구(잠실ㆍ송파) 2176억원 등 이른바 '강남3구'의 신고 총액은 1조3674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개인이 신고한 해외계좌 총액(2조5000억원)의 55%에 해당한다. 신고 금액의 절반 이상이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3구에 몰려있는 셈이다.
개인의 1인당 평균 신고액은 80억원으로 전년(69억원)보다 16% 늘었다. 20억원 이하 신고자가 전체의 44%를 차지했으며, 4명 중 1명은 50억원이 넘는 돈을 해외에 갖고 있었다.
개인이 해외 금융계좌를 갖고 있다고 신고한 나라는 모두 123개국에 달했다. 금액 기준으로 일본, 미국, 싱가포르, 홍콩 순이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세회피처 등으로 지정한 이력이 있는 50개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 바레인, 스위스 등 13개국이 포함됐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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