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영화 '감기'가 개봉 이틀 만에 88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폭염으로 모두가 숨을 헐떡이고 있는 2013년 여름, 시원한 극장가를 덮쳐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감기'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지난 14일 개봉한 '감기'는 한국 영화사상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이다. '해운대' '연가시' '타워' 등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많았지만, '바이러스'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 영화는 '감기'가 처음이다. 더욱이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감기'라는 질병을 소재로 해 현실적인 공포감을 극대화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흔히 우리는 재난 영화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겁에 질려 어디론가 도망을 가는 대규모 '엑소더스(Exodus)'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 만큼 큰 스케일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재난 영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영화에 비해 큰 스케일의 영화가 많지 않는 한국 영화에서 '감기'는 46만 시민들의 사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성수 감독은 "사실감, 실제감을 주기 위해 쇼핑센터, 도로, 주차장 등 실제 공간들을 섭외하고 굉장히 많은 보조 출연자들을 배치했다. 한국 영화 역사상 보조출연자가 가장 많다고 하더라"라며 "'만약 우리에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매일 던졌다. 위험에서 모두를 구해내는 한 명의 영웅 보다는 그 상황에 처한 여러 인물들의 군상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본격 여름 시즌을 맞아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되고 있다는 점도 '감기'가 흥행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극장가에는 배우 하정우 주연의 실시간 테러 생중계 '더 테러 라이브'와 쓰나미가 덮친 새로운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그린 재난 공포 블록버스터 '베이트'까지 더위를 잊게 만드는 다양한 '재난 영화'들이 즐비하다. 관객들은 이런 재난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 이를 비교하며 느끼는 색다른 재미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감기'는 김성수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장혁 수애 유해진 마동석 이희준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 압도적인 스케일과 스펙터클, 그 안에 녹아 있는 뭉클한 가족애와 휴머니즘으로 한국 재난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극찬을 받으며 입소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숨바꼭질'과 함께 쌍끌이 흥행의 계보를 이어갈 영화 '감기'가 앞으로 얼마만큼의 성적을 더 거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영준 기자 st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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