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4일 국회 국정조사에 불출석한 대신 법정에 출석해 “경찰청장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수사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청장 측은 이 같은 주장을 펴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 신빙성을 전부 다툰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오늘 오전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고 대신 법정에 나왔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기일이 겹쳐 고민했지만 당연히 피고인 신분으로서의 재판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지난 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서 날선 공방이 오갔다. 지난 준비기일에선 김 전 청장 측의 재판 연기 요청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김 전 청장 측은 “검찰이 공소장에 이미 입장을 밝혔는데 첫 공판 때 굳이 모두진술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 증거조사를 거치지 않은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며 문제 삼았다.
그러자 검찰은 “프레젠테이션은 늘 해오던 절차 중 하나로 이 사건의 경우 특히 사안이 복잡하고 쟁점이 많아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 쪽 의견을 받아들였고 첫 공판은 양 측의 모두진술과 서증조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 전 청장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리며 30일부터는 매주 수서경찰서 간부 4명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증인으로 채택된 수서경찰서 간부는 이광석 서장, 권은희 전 수사과장 등 4명이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을 형법상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청장은 정상적인 공보활동을 빙자해 특정 후보자에 유리하게 왜곡된 중간수사발표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해 12월16일 “대선 후보 관련 비방·지지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례적인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서울경찰청은 증거분석 과정에서 이미 확보한 단서조차 실제 수사를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에 넘겨주기를 거부하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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