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본격 '48시간 매니지먼트'의 실행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A대표팀이 1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페루와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페루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의 강호. 한국이 남미팀과 맞붙는 건 우루과이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이후 3년여 만이다. 더구나 페루는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 헤페르손 파르판(샬케04), 파올로 게레로(코린티안스) 등이 합류한 최정예로 이번 경기에 임한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결전을 겨우 이틀 앞둔 12일 정오 소집됐다. 유럽파도 제외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 중인 K리그-J리그와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하는 유럽 리그를 동시에 배려한 결과였다.
쉽지 않은 경기를 앞두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동아시안컵도 소집은 대회 3일 전이었다. 이번에야말로 홍 감독의 48시간 매니지먼트가 진가를 발휘해야 하는 타이밍인 셈. 홍 감독은 지난달 취임기자회견 당시 "2010년 지도자 P급 라이선스 취득 당시 내 논문 주제가 '48시간 매니지먼트'였다"라며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결과는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런데 그는 이날 훈련에 앞서 "솔직히 말해 48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어떻게 이 시간을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일종의 역설이었다. 짧은 시간에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단, 당장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최상의 것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홍 감독은 "미드필더와 수비진을 지난달 동아시안컵과 같은 선수들로 구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합격점을 받았던 수비 조직력과 중원에서의 움직임은 그대로 가져간다. 대신 문제로 지적받은 골 결정력 강화를 위해 이근호(상주) 조동건(수원) 조찬호(포항) 등을 새롭게 선발했다. 공중볼 상황을 자주 빚어내는 김신욱(울산)은 과감히 제외했다. 최전방에서의 유기적 움직임과 압박, 패스 플레이에 능한 선수들로 골가뭄을 해소하려 한다.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최소화한다는 계산이다.
급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이날 대표팀은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특별한 전술 훈련을 하지 않았다. 컨디션 회복이 최우선이었다. 대표팀 선수 대부분은 무더운 날씨 속 K리그와 J리그에서 3~4일로 경기를 치른 터. 하대성(FC서울) 역시 "휴식이 부족해 체력 회복이 쉽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홍 감독은 소집 전날 경기를 치른 선수들에겐 별도의 가벼운 러닝을 지시했다. 그 외 선수들도 대부분 시간을 스트레칭과 볼터치 훈련 등에 할애했다. 특히 홍 감독과 올림픽 대표팀 시절부터 함께 했던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는 이날 오후 1시 원소속팀 중국 항저우에서 귀국한 직후 훈련에 합류했다. 각기 다른 몸 상태를 끌어올려 최상의 기량이 발휘되도록 선수들의 체력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은 비디오 분석이다. 홍 감독은 협회 측에 지난 동아시안컵 소집 때부터 모든 훈련과 경기를 비디오 영상으로 담아달라고 제안했다. 과거 대표팀에서도 훈련 모습 등을 촬영한 적은 있지만, 훈련 전 과정까지 찍은 것은 처음이다. 세세한 부분조차 놓치지 않음으로써 짧은 시간에 큰 개선 효과를 보려는 홍 감독의 노림수다.
더불어 짧은 소집 생활에서도 선수 간의 활발한 소통을 강조한다. 취임 일성인 '원 팀(One team), 원 스피릿(One spirit), 원 골(One goal)'과 무관치 않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자주 대화를 나누며 팀 전체가 하나로 녹아들기를 바란다. 매일 함께 생활했던 소속팀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도 '단결력'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처음 제대로 선보이는 홍 감독의 '48시간 매니지먼트'가 남미의 강호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낼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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