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육법당'(陸法黨) 시대의 부활이다."
5일 박근혜 대통령의 김기춘 청와대 새 비서실장 임명을 지켜 본 적잖은 시민들의 말이다. 공안검사 출신인 김 신임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홍원 국무총리 등 현 박근혜 정부의 요직을 육사ㆍ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어 마치 군사정권 시절의 '육법당' 전성시대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다.
특히 김 신임 비서실장에 대해선 "가장 늦게 임명됐지만 박근혜 정부 '육법당'의 원조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0년대 초 검사 시절 유신헌법 기초에 참여했고, 5ㆍ6공 시절 검찰총장ㆍ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군사정권 하 '법치주의'의 이끌었던 이의 정치 무대 복귀에 당혹해하고 있다.
군인ㆍ법률가의 중용에 대해 여권은 "박 대통령이 그만큼 안보와 법ㆍ원칙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 핵 위기를 맞아 철통같은 안보가 필요한 시기라 군인 출신을 중용했고, 법과 원칙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용하려다 보니 법률가들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이 높은 설득력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이 '말 잘 듣는 사람'을 고르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토를 달지 않고 복종하는 문화가 강한 군 출신, 상명 하복이 몸에 밴 검찰 출신 법조인만큼 '데리고 있기' 편한 사람들이 없었을 것"이라는 인사평도 나온다.
특히 과거 경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군인ㆍ법률가 출신 인사들이 이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시대에 국정의 적임자들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내놓는 이들이 많다. 군인ㆍ법률가들은 적을 제압하거나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일방의 논리를 개발ㆍ옹호하는 데 익숙하다. 냉전시대라면 몰라도 복잡화ㆍ다양화된 현대 사회에선 이런 이들보다는 상생과 소통, 협력에 능한 이들이 필요하다.
"초원 복집 사건 등 지역 감정 조장으로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줬던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어떤 소통을 위한 것이냐"는 네티즌들의 비판에 어떤 대답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