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부, 잇단 과거사·독도 도발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의 극우 행보로 인해 한일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는 오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6일 산케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욱일기의 사용이 문제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태양 문양으로부터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욱일기는 우리나라 등 주변국들에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보도대로 일본 정부가 욱일기의 사용을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할 경우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여당인 자민당이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잠시 주춤하다 최근 들어 다시 우경화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조회장은 15일에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로 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4일 알렸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明美) 행정개혁상도 2일 현직 각료로는 처음으로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심기를 직접 건드리는 일도 있었다. 일본 내각 관방 산하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은 1일 독도 문제와 관련한 자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의 성인 3000명(1784명 응답)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0.7%가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응답했다. '한국이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는 응답도 63%였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반영해 향후 대내외에 독토 영유권 주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일본 문부과학상은 동아시안컵대회 축구 한일전에서 우리 측 응원단이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플래카드(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를 내건 것을 놓고 지난달 30일 "그 나라의 민도(民度·국민 수준)가 문제될 수 있다. 스포츠의 장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나타낸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해 '한국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도발 '종합세트'와도 같은 일본의 태도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각 사안 별로 외교부 브리핑, 논평 등을 통해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8·15 경축사에서 일본 정부의 부적절함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도 일본 정부를 향해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그럴 때 비로소 양국 간에 굳건한 신뢰가 쌓일 수 있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반기 한일 관계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연내 한일 정상회담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6∼27일 싱가포르와 필리핀을 방문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에 "정상회담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일본 정부가 보인 행보는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췄다. 다음달 열릴 G20, 10월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무대에서의 한일 정상 간 만남도 어렵게 됐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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