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25대 설계회사에 11개 업체 진입…일본보다 2개 업체 많아
매출비중은 1.4% 불과해…미국 34.2% 비하면 아직 "새 발의 피"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해외에서 약진하고 있다. 국내 건설경치 침체로 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관련 사업 지원 정책이 가세한 결과로 풀이된다.
6일 미국 엔지니어링 업계 전문지인 'ENR(Engineering News Record)'이 해외시장 매출액 순위로 집계한 세계 225대 설계사에 11개 국내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업체 수면에서는 9개인 일본을 처음 앞질렀다.
ENR은 매년 세계 각국 건설엔지니어링·디자인업체들의 전년 해외 매출실적을 토대로 회사별 순위를 매겨 발표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36위로 국내 업체 중 순위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47위에서 11계단 뛰어올랐다. 해외매출은 4억6050만달러다.
이어 ▲한국전력기술(66위, 1억8800만달러) ▲SK건설(68위, 1억7850만달러) ▲포스코건설(124위, 5260만달러) ▲포스코엔지니어링(147위, 3560만달러) ▲도화엔지니어링(150위, 3420만달러) ▲삼우건축설계 (173위, 2550만달러) ▲건화엔지니어링(196위, 1580만달러)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197위, 1550만달러) ▲삼안엔지니어링(199위, 1470만달러) ▲유신엔지니어링(204위, 1280만달러)이 세계 톱 225개 설계사 반열에 들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이 7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선정 기업이 200개에서 25개 늘어났지만 200위권 밖인 곳은 유신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 전체적으로 국내 설계·엔지니어링 회사들의 해외 매출이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건화엔지니어링, 삼안엔지니어링, 유신엔지니어링 등 3개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리스트에 포함됐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순위권에 재진입했다.
업계는 이 같은 약진을 건설경기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 업체의 자구책과 정부이 적극적인 지원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있었고 국내 일감이 부족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자 해외로 설계회사들이 적극 진출하면서 해외 매출액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0년 4월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엔지니어링산업 발전방안'을 수립하며 연구개발(R&D)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또 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엔지니어링 컴플렉스도 조성키로 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이 2010년 0.4%에서 5%로, 글로벌 200대 기업은 5개에서 20개로, 고용은 10만명에서 30만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포항공대 엔지니어링전문대학원이 2011년 8월 개설하며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 산자부는 지난달 추가로 '고급두뇌 역량 강화를 통한 산업 고도화 전략'으로 엔지니어링 등 전문인력을 양성한다고 발표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의 인력을 키워 선진국의 진입장벽을 깨겠다는 목표에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엔지니어링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25대 설계사 중 84개사는 미국 기업이고 전체 해외 매출액의 34.2%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글로벌 설계사가 5개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액의 11.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11개 기업이 이름을 올린 한국의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질적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엔지니어링협회 관계자는 "해외수주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 수주 실적이 많아야 하는데 국내시장에서 발주가 거의 없어 수주를 많이 못하는 면도 있다"면서도 "대외협력기금(DECF) 등을 통해 국내 설계회사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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