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통신사 '경품 경쟁'...보조금 규제에도 출혈경쟁 여전

보조금 상한선 고수 방침에도 출혈경쟁 여전
각종 혜택으로 고객 유혹...‘캠핑 텐트’까지 등장

경기도 안양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고객 유치를 위해 캠핑 텐트를 사은품으로 내건 모습.

[아시아경제 양한나 기자, 조은임 기자, 김은지 기자]“보조금은 최대 27만원까지 가능합니다. 정부 지침 상한선이라 그 이상은 해드리고 싶어도 어렵네요. 근데 사실 보조금 지원은 안 되지만 요금제에 따라 월정액 할인을 추가로 받으실 수 있거든요."

지난 3일 강남역 인근 SK텔레콤 대리점. 일곱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넓은 매장이었지만 고객의 수는 그보다 적었다. 매장 입구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음’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 가격을 얼마나 깎아줄 수 있는지 묻자 대리점 매니저인 안모(33)씨는 “KT가 영업정지를 당해서 보조금 상한선을 철저하게 지키라는 방침이 내려왔어요”라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무제한 요금제 가입으로 추가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KT가 보조금 과잉 지급으로 영업정지에 들어간 후 첫 주말. 서울시내 통신사 대리점에서는 보조금 상한선 고수 방침에도 불구하고 출혈경쟁은 여전했다. 정부의 보조금 단속이 심해지자 보조금은 27만원 이하로 유지했지만 기타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LG유플러스 대리점 판매원 박모(31)씨는 “휴대폰마다 다르지만 최대 23만원까지 보조금 지원이 가능하다”며 “요금제와 할부 개월 수를 적절히 이용하거나 통신사 제휴 카드를 사용하면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T 영업정지가 풀리면 지금 제공되고 있는 보조금보다도 더 낮아질 수 있으니 오늘 가입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가입을 부추겼다.

반면 KT는 영업정지로 인해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매장에도 손님이 없었고 직원들의 표정 역시 밝지 않았다.

KT 대리점 점장 최모(29)씨는 “옵티머스G프로를 하시게 되면 보조금은 최대 27만원까지 해 줄 수 있다”며 “대신 지금 기기변경 하면 첫 달에 8만원 지급이 되기 때문에 지금 기기변경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설명했다.

“8만원도 보조금에 포함 되는 것”이냐고 묻자 “본사와 상관없이 지점에서 부담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외에도 KT는 데이터 2배 제공 서비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제휴 증권사 CMA계좌를 만들 경우 매달 1만원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보조금을 제외한 추가 혜택을 제공해 고객이탈을 막기 위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특히 보조금 상한선 도입으로 인해 대리점끼리 서비스 경쟁이 과열되자 고가의 사은품을 내건 대리점도 나타났다. 경기도 안양 한 SK텔레콤 대리점 매장 앞에는 ‘핸드폰 구매 시 최고급 텐트 증정’이라는 문구와 함께 텐트가 설치돼 있었다.

대리점 관계자는 “27만원 보조금에 23만원 요금 지원까지 해 주겠다”며 “가격할인은 물론 캠핑텐트도 증정하고 있으니 가입하려면 오늘 꼭 해야 한다"며 가입을 적극 권유하기도 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휴대전화 보조금 과열경쟁으로 시장혼탁을 주도한 사업자로 KT를 지목하고 202억40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오는 7일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도 각각 364억6000만원, 102억60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