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줄이려 컨소시엄 구성
건설사 합작에 생긴 고육책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아파트 이름이 복잡해지고 있다. 외래어와 브랜드명을 붙여 쓰거나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면서부터다. 업계에서는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주택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합종연횡해 한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독특한 이름을 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형태의 주택사업에 적극적이다. 총 사업비가 1조원 이상인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에 대우건설ㆍ현대건설ㆍSK건설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권을 따냈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1구역에서는 삼성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 4곳이 손을 잡고 '텐즈힐' 1700여가구를 내놨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4구역에도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이 뭉쳤다.
통상 여러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함께 만들면 긴 아파트 이름이 탄생한다. 각자의 아파트 브랜드를 동시에 붙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 선보인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 '남서울 힐스테이트 아이원', '철산 푸르지오 하늘채', '신현 e-편한세상 하늘채', '해운대 힐스테이트 위브' 등이 그 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이어진 주택시장 침체로 자금여력이 충분한 건설사도 정비사업 참여에 보수적"이라며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결과 브랜드를 여러개 겹쳐쓰면서 아파트 이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역명이나 주변환경 등 특징을 아파트 이름에 붙이면서 이름은 더 길어지는 추세다. 올 상반기 분양된 아파트 '창원 마린 푸르지오', '신화명리버뷰자이', '동탄역더샵센트럴시티', '마포한강푸르지오', '세종모아미래도에듀포레' 등만 봐도 지역이나 위치, 아파트 특징이 이름에 드러나 있다.
역세권아파트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3월 분양한 '동탄역더샵센트럴시티'는 KTX 동탄역 복합환승센터가 매우 가깝다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 아파트 이름에 아예 동탄역을 포함시킨 경우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명을 아파트 이름에 넣으면 분양할 때 굳이 어떤 지역인지 따로 알리지 않아도 된다"며 "추가로 붙이는 별칭도 특장점을 드러내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특징을 잘 드러내주는 이름이라야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불황이 길어져 우량한 대형 건설사 여러 곳을 끼고 사업을 하려는 시행자들의 경향도 아파트 이름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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