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접전 끝에 '우승후보' 중국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남자 농구선수권 대회 C조 1차전에서 중국에 63-59 역전승을 거뒀다.
포워드 김주성이 팀내 최다인 15점을 올렸고, 가드 양동근도 11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포워드 조성민(12점)은 막판 4점을 몰아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중국은 이젠롄이 23점 10리바운드로 활약했지만 3점슛 14개를 단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하며 무너졌다.
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딛고 따낸 값진 승리다. 중국은 세계랭킹 11위. 한국보다 22계단이나 높다. 평균신장(202㎝) 역시 한국보다 8㎝나 컸다. 예상대로 경기 초반은 중국의 우세였다. 216㎝의 왕즈즈, 213cm의 이젠롄 등 장신을 앞세워 골밑을 장악했다.
한국은 이내 당황하지 않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끈끈한 협력 수비와 많은 움직임으로 맞섰다. 양동근은 외곽에서 완급을 조절했고, 김주성은 공수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덕분에 한국은 전반 내내 근소한 차이로 중국을 뒤쫓았다. 1쿼터를 13-15로 마친 데 이어 2쿼터 역시 29-31로 바짝 따라붙은 채 전반을 끝냈다. 특히 김선형은 2쿼터 중반 크지 않은 키(185㎝)에도 속공에 이은 원핸드 덩크슛을 터뜨려 많은 박수를 받았다. 신예 이종현과 베테랑 이승준은 더블팀 수비로 이젠롄을 봉쇄했다. 이에 중국도 더 이상 높이를 활용한 골밑 공격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3쿼터는 접전이었다. 한국은 3쿼터 종료 7분57초를 남겨두고 조성민의 연속 득점으로 처음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중국의 반격에 수차례 역전과 재역전이 거듭됐다. 한국의 저력은 3쿼터 막판 발휘됐다. 김선형의 바스켓 카운트와 김주성의 팁인에 이은 이승준의 득점까지 묶어 46-42로 앞선 채 3쿼터를 마쳤다.
마지막 4쿼터. 줄곧 앞서가던 한국은 종료 5분여를 남겨두고 다시 48-48 동점을 허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이졘롄이 다시 투입되면서 골밑에서 열세를 보였다.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던 경기는 종료 40여 초를 앞두고 다시 57-57 동점이 됐다. 조성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10초 사이에 자유투 네 개를 모두 넣으며 61-57로 달아났다. 중국도 곧바로 류샤오유의 골밑슛으로 따라 붙었지만, 상대 파울 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두 개를 양동근이 깨끗이 성공시켜 쐐기를 박았다. 종료 부저와 함께 한국 선수단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한국의 다음 상대 이란은 같은 날 말레이시아를 115-25로 꺾고 역시 첫 승을 거뒀다. 두 팀은 2일 오후 6시 45분(한국시간)에 조별리그 2번째 경기를 갖는다. 이번 대회 3위 안에 입상할 경우 내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한다. 한국은 1998년 대회 이후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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