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남북 이산가족의 친자관계를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남겨진 자녀 4명이 월남 후 새 가정을 꾸린 아버지 고(故) 윤모씨와의 친자 관계를 인정해 달라며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윤씨와 원고들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윤씨는 1933년 북한에서 김모씨와 결혼해 A씨 등 2남 4녀를 뒀으나 한국전쟁이 터지자 A씨만 데리고 월남했다. 윤씨는 1959년 남한에서 권모씨와 다시 결혼해 2남 2녀를 낳고 서울에서 개인의원을 운영하면서 상당한 부를 일궜다. A씨는 부친이 사망한 지 20년이 지난 2008년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친동생들을 찾은 다음 부친의 사망 사실을 알리면서 동생들로부터 친자확인 및 상속권 회복 청구 소송의 대리인으로 위임받았다. 이어 친자확인 소송과 이복동생 등을 상대로 한 100억원대 상속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선교사가 자필 소송위임장 등 서류 일체와 신원확인을 위해 채취한 원고들의 모발 및 손톱 샘플 및 이 과정이 담긴 동영상 및 북한당국이 보관하는 주민등록문건 등의 카메라 촬영분을 교부받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서류 작성이 북한 국가보위부 등 북한 당국의 강압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은 각하돼야 한다"는 검사 측 주장에 대해 "소송 위임 과정에서 북한 국가보위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았다 해도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원고 본인들에게 특별히 불이익이 된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고, 남북 이산가족들이 친자확인을 받고자 하는 것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의 동생들이 제기한 상속소송은 2011년 7월 부동산과 현금을 일부 나눠 받는 데 합의하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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