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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육상계, '볼트의 시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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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육상계, '볼트의 시대'가 돌아왔다 우사인 볼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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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다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시대다.

볼트는 8월 10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3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참여하는 트랙은 이번에도 세 종목이 유력하다.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다.


당초 ‘단거리 황제’의 명성 재현은 다소 어려워 보였다. 허리와 아킬레스건 부상 여파로 컨디션 회복에 애를 먹었다. 올 시즌 초 당한 허벅지 부상에 속도가 크게 떨어졌단 비관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볼트는 늦은 감이 있지만 오로지 실력으로 온갖 우려의 시선을 잠재웠다. 행운도 따라주고 있다. 대항마들이 속속 트랙을 이탈한다.

당초 남자 100m는 근래 보기 드문 접전이 예상됐다. 볼트가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는 가운데 타이슨 게이(미국)의 독주가 펼쳐졌다. 올해 작성한 기록이 시즌 1~3위를 모두 꿰찼다. 특히 6월 21일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미국 육상선수권대회에선 시즌 베스트인 9초75를 남겼다. 지난 4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9초79를 기록, 세계선수권을 향한 순항을 거듭했다.


아사파 파월, 네스타 카터(이상 자메이카),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은 컨디션을 바싹 끌어올리며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카터는 지난 13일 스페인 마드리드 대회에서 9초87만에 결승선을 밟아 시즌 2위로 뛰어올랐다. 파월은 지난 4일 9초88을 남기며 3위에 자리했고, 게이틀린은 게이와 함께 뛴 미국 육상선수권에서 9초89의 성적으로 4위에 올랐다.


포연탄우가 점쳐진 트랙에는 지난 14일 변수가 도래했다. 미국 반도핑기구(USADA)가 5월 16일 사전 통보 없이 채취한 게이의 샘플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게이는 불가피해진 징계에 일찌감치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했다.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다. 다시 뛸 수 있길 바랄 뿐이다”라며 사과의 뜻도 밝혔다.


얼룩진 육상계, '볼트의 시대'가 돌아왔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금메달리스트 요한 블레이크(왼쪽)[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오명을 쓰고 이탈하게 될 선수는 하나 더 있다. 100m 전 세계기록 보유자 파월이다. 지난 6월 자메이카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됐다. “고의로 규칙을 어기거나 금지약물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결과를 거듭 부인하고 있으나 세계선수권 출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B’ 샘플에서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징계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강력한 우승후보 2명이 이탈한 트랙에는 세계선수권 디펜딩챔프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2012 런던올림픽 1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자메이카의 신성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다. 올해 초 당한 허벅지 부상에 끝내 발목을 잡혔다. 그의 매니저는 지난 16일 불참의 뜻을 전하며 “몸 상태는 호전됐으나 실전에 나갈 수준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슈퍼스타들의 낙마 속에 볼트는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했다. 올 시즌 기록만 놓고 보면 카터와 게이틀린의 우승에 더 무게가 실린다. 특히 카터는 5월 10일 도하에서 9초99를 기록하더니 6월 21일 자메이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9초97을 남겼다. 지난 13일 마드리드에선 9초87을 작성했는데 이는 게이의 올 시즌 기록이 무효 처리될 경우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단거리 선수로 노장에 해당하는 게이틀린(1982년생)도 이번 대회를 마지막 기회로 여겨 역주가 기대된다.


제임스 다사올루(영국)의 폭발적인 스퍼트도 눈여겨볼만 하다. 6월 30일 버밍엄에서만 해도 10초03에 머물렀으나 지난 13일 같은 장소에서 9초91를 기록, 시즌 5위로 점프했다. 영국 단거리 간판 드웨인 챔버스의 바통을 순조롭게 넘겨받았다는 평과 함께 복병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쟁자들의 만만치 않은 면모에도 다수 전문가들은 볼트의 우승을 점친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낙마했으나 6월 21일 자메이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시즌 6위에 해당하는 9초94를 남겼다. 불리했던 조건을 감안하면 꽤 우수한 성적이다. 볼트는 이날 초속 1.2m의 맞바람을 뚫고 뛰었다.


얼룩진 육상계, '볼트의 시대'가 돌아왔다 우사인 볼트(가운데)[사진=정재훈 기자]


올 시즌 이보다 좋은 기록들은 모두 순풍의 도움을 받았다. 게이의 9초79와 파웰의 9초88이 대표적이다. 트랙에는 모두 초속 2.0m의 순풍이 불었다. 게이의 시즌 베스트(9초75)가 나온 트랙에서도 초속 1.1m의 바람이 결승선을 향해 불었다. 초속 0.5m가 되지 않는 바람에 도움을 받은 건 게이틀린이 작성한 9.91 하나다. 볼트의 기록이 경쟁자들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큰 경기에 강한 볼트 특유의 해결사 기질도 빛을 발휘할 수 있다. 대구대회 이 종목 결승에서 부정출발로 실격의 아픔을 겪었으나 이후 스타트 동작을 충분히 가다듬었단 평이다. 이와 관련해 볼트는 “대구에선 그저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다. 트라우마는 전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쌓아 갈고닦은 실력에 노련미를 더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무엇보다 볼트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자랑한다. 다른 주 종목인 200m에서도 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6월 13일 오슬로대회에서 초속 1.7m의 순풍을 받으며 시즌 최고 기록(19초79)을 작성했다. 열흘 뒤 미국 육상선수권대회에 나선 게이가 초속 1.6m의 순풍 속에 이보다 빠른 19초74를 세웠지만 13일 만에 왕좌를 탈환하기도 했다. 지난 6일 파리 생드니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다. 19초73만에 결승선을 통과, 게이의 기록을 근소하게 뛰어넘었다. 맞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결승선을 향한 바람의 속도는 초속 0.2m에 불과했다.


볼트는 이날 경기 뒤 “아직 최적의 몸 상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실수를 줄여가고 있다”며 “클라이맥스가 될 세계선수권에서 큰 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100m, 200m, 400m 계주에 나서는 ‘단거리 황제’는 전 세계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까. 돌아온 볼트의 시대는 다시 세계기록을 조준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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