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경기가 사실상 삼파전으로 굳혀졌다. 우사인 볼트, 네스타 카터(이상 자메이카),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당초 남자 100m는 근래 보기 드문 접전이 예상됐다. 세계기록 보유자(9초58) 볼트가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는 가운데 타이슨 게이(미국)의 독주가 펼쳐졌다. 올해 작성한 기록이 시즌 1~3위에 모두 자리할 정도였다. 특히 6월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육상선수권대회에선 시즌 최고인 9초75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 7월 4일 스위스 로잔 다이아몬드리그에도 9초79를 남겨 세계육상선수권에서의 선전이 기대됐다.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카터, 게이틀린 등은 올해 컨디션을 대폭 끌어올리며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카터는 지난 1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9초87만에 결승선을 밟아 시즌 2위로 뛰어올랐다. 파월은 지난 4일 9초88을 기록하며 3위로 점프했고, 게이틀린은 게이와 함께 뛴 미국 육상선수권에서 9초89를 남기며 시즌 4위에 자리했다. 볼트의 약진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했으나 지난 6월 21일 자메이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9초94를 기록, 시즌 6위로 뛰어올랐다.
여느 해보다 접전이 예상됐던 트랙에는 지난 14일 변수가 도래했다. 미국 반도핑기구(USADA)가 5월 16일 사전 통보 없이 채취한 게이의 샘플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게이는 불가피해진 징계에 일찌감치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했다.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다. 다시 뛸 수 있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오명을 쓰고 이탈하는 선수는 한 명 더 있었다. 100m 전 세계기록 보유자 파월이다. 지난 6월 자메이카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파월은 “고의로 규칙을 어기거나 금지약물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결과를 부인하고 있지만, 세계선수권 출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B’ 샘플에서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징계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강력한 우승후보 2명이 이탈한 가운데 디펜딩챔피언도 트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메이카의 신성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다. 올해 초 당한 허벅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그의 매니저는 16일 불참의 뜻을 밝히며 “몸 상태는 호전됐으나 실전에 나갈 수준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잇단 슈퍼스타들의 낙마로 100m 트랙을 향한 열기는 크게 식어버렸다. 다수 육상관계자들은 세계선수권에서 볼트의 독주가 재현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최근 무서운 속도로 컨디션을 회복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게이틀린과 카터 역시 매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카터는 5월 10일 도하에서 9초99를 기록하더니 6월 21일 자메이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9초97을 남겼다. 7월 4일 마드리드에서 작성한 9초87은 게이의 올 시즌 기록이 무효 처리될 경우 1위로 자리를 옮긴다. 100m 선수로는 노장에 해당하는 게이틀린(1982년생)도 이번 대회를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어 분투가 예상된다.
제임스 다사올루(영국)의 폭발적 스퍼트도 눈여겨볼만 하다. 6월 30일 버밍엄대회에서만 해도 10초03에 그쳤으나 지난 13일 같은 곳에서 9초91만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시즌 5위로 뛰어올랐다. 영국의 단거리 간판 드웨인 챔버스의 바통을 순조롭게 넘겨받았단 평까지 듣고 있어 세계선수권에서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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