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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영화]인생의 불협화음·연기의 앙상블..'마지막 4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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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영화]인생의 불협화음·연기의 앙상블..'마지막 4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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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은 베토벤이 자신의 곡 가운데 가장 좋아했던 작품으로 유명하다. 보통 4악장으로 구성된 현악4중주의 형식을 벗어나 7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관객들이 '박수를 언제 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7개의 악장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연주가들은 40여분의 곡이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연주한다. 중간 중간 악기를 조율하거나 호흡을 고를 틈도 없다. 음악은 시작과 함께 묵묵히 끝을 향해 간다.

영화 '마지막 4중주'는 한 발 한 발 쉼없이 나아가야 하는 인생을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야론 질버만 감독은 매 악장의 형식과 길이, 템포가 다른 이 작품의 특징을 시나리오에 담으려 했다. "베토벤은 이 곡을 쉼 없이 연주하도록 지시했는데, 이는 연주자들이 중간에 튜닝을 다시 맞출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주하는 동안 악기의 튜닝은 풀리고 하모니는 엉망이 된다. 이것은 바로 때로는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엉망으로 변하는 우리의 인생과 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가 시작되면 4명의 뮤지션들이 관객들을 맞는다. 표정은 잔뜩 상기돼있고, 손에는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악기들이 하나씩 들려져 있다. 이들이 연주할 곡이 바로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이다. 25년째 '푸가'라는 콰르텟으로 활동해온 이들이 어떤 우여곡절 끝에 이 마지막 무대에 오르게 됐는지 영화는 잠시 이들을 무대에 세워놓고 얼마 되지 않은 과거로 돌아간다.

완벽한 하모니를 자랑하던 '푸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첼리스트 '피터(크리스토퍼 월켄)'가 파킨슨 병 초기 진단을 받으면서부터다. 몸의 감각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음악가에게 온 몸이 굳어져버리는 이 병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 단원들도 마찬가지지. 피터는 병이 악화되기 전에 자신들의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할 것을 제안한다.


[주말엔영화]인생의 불협화음·연기의 앙상블..'마지막 4중주'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져나온다. 혼란을 틈타 지난 25년간 억눌렸던 감정들이 부지불식간에 새어나오면서 단원들의 관계는 악화된다. 스승과 제자로, 부부로, 친구로, 또 옛연인으로,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이들 네 사람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생채기를 낸다. 과연 젊은 시절을 고스란히 바쳐가며 지탱해온 이들의 '푸가'는 베토벤을 무사히 연주할 수 있을까.


이들의 관계는 어긋나버렸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다. 제2바이올린을 맡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로버트 역)은 팀이 위기를 맞자 꾹꾹 숨겨왔던 제1바이올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 완벽주의자 제1바이올린은 마크 이바니어(다니엘 역)가 맡았는데, 새로운 사랑에 흔들리지만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하게 되자 상처를 받는다. 비올라 연주자 캐서린 키너(줄리엣 역)는 남편과의 관계는 위태로워지고, 다 큰 딸과의 사이도 멀어져버린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팀의 맏이 크리스토퍼 월켄(피터 역)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손댈 수 없는 상황을 지혜롭게 수습하고,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건 역시 '피터'다. 후반부 크리스토퍼 월켄이 무대에 서서 관객들에게 전하는 인사는 깊은 울림을 준다.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노장의 겸손하고 겸허한 모습은 묵직한 감동으로 괜시리 코끝을 찡하게 한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 연주가 끝날 때까지는 자리를 뜰 수 없을 것이다. 25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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