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하는 골프에서 바람은 피하기 어려운 요소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기 위해 '잔디를 한 웅큼 잡아 바람에 날리는(chuck's grass into the air)' 광경을 본 한 골프광이 꿈속에서 앞바람이 심하게 불자 부인의 음모를 잔디로 착각하고 뽑아 잠자던 부인을 놀라게 했다는 유머가 있다.
골퍼에게 바람은 그만큼 압박감을 준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올해 디오픈이 열리는 스코틀랜드 뮤어필드골프장은 특히 전형적인 링크스코스다. 좁은 페어웨이와 거센 러프, 깊은 항아리(pot) 벙커를 상대해야 한다. 여기에 강한 비바람도 있다. 해안가 바람은 특히 요술할머니처럼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며 선수들을 괴롭힌다.
정석대로 공을 치면 바람의 심술 때문에 타수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유능한 선장처럼 바람에 적응해 클럽과 구질을 선택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스코틀랜드 골프 속담에 '잔잔한 바람은 유능한 골퍼를 만들수 없다(A smooth wind never made a skilful golfer)'고 했다. 앞바람 일 때는 낮은 탄도의 '로우 샷(low shot)'을 구사하는 반면 뒷바람에서는 공을 바람에 싣고 날리는 '하이 샷(high shot)'을 쳐야 한다.
미국의 한 스포츠연구팀 통계에 의하면 시속 40마일의 앞바람을 안고 칠 때는 40야드 정도 덜 나가고 뒷바람으로 칠 때는 20야드 더 나간다고 한다. 바람에 따라 60야드나 비거리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옆바람일 때는 당연히 속도와 방향을 고려해 타깃을 오조준 해야 한다. 골프공은 지상에서 출발해 공중에 떠있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앉는 과정이 항공기와 같아 골프의 바람 용어는 항공 용어와 비슷하다.
앞바람은 '헤드 윈드(head wind)', 뒷바람은 '테일 윈드(tail wind)', 측풍은 '크로스 윈드(cross wind)'다. 또 강한 바람은 '스트롱 윈드(strong wind)'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은 '거스티 데이(gusty day)' 또는 '윈디 데이(windy day)'다. 미국인들이 문장으로 표현할 때는 앞바람은 'into the wind', 뒷바람은 'with the wind'로 사용한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정도와 연못 위의 물결 방향, 잔디를 날리는 등으로 바람의 방향과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해안가 골프장에서는 아예 기상대에서 쓰는 수탉모양의 풍향계 '웨더콕(weather cock)'이나 공항 활주로에서 쓰는 자루모양의 '윈드삭(windsock)'을 설치하기도 한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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