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2000년 초 개인 홈페이지 열풍이 불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대기업 오너들의 홈페이지 상당수가 수년째 '공사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기업 오너들이 소통의 장으로 개설했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열풍이 시작되며 개인 홈페이지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 이유다.
16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재단장 작업에 들어갔던 이건희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www.leekunhee.pe.kr)를 재오픈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회장 취임 25주년이었던 지난해 또는 신경영 20주년인 올해 개인 홈페이지를 새 단장해 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도메인이 계속 살아있는 만큼 언젠가 재오픈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계획이 없다"면서 "단순히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개를 하는 홈페이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재오픈을 계속 미뤄왔는데 현재는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이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경영 철학과 신경영 등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었다. 삼성그룹 홈페이지(www.samsung.com)의 최고경영자(CEO) 메뉴와 개인 홈페이지를 연결해 뒀다. 정
하지만 지난 2008년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떠나며 개인 홈페이지는 물론 삼성그룹 홈페이지에서도 이 회장의 개인 신상에 대한 내용들을 모두 삭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www.taewonchey.pe.kr)도 수년째 공사중이다. 최 회장은 2000년 초 개인 홈페이지를 연 뒤 소소한 일상이나 자신의 취미 등을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 해왔지만 소버린 사태 이후 관리가 어려워지자 2004년부터 폐쇄해 지금까지 '공사중' 간판을 달고 있다.
대기업 오너 홈페이지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던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홈페이지(www.leewoongyeul.com)도 공사중이다. 이 회장은 한때 자신의 취미, 주량, 첫사랑 등 다양한 개인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업데이트가 뜸해지자 홈페이지 문을 닫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는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행보에 국한돼 있다.
구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www.koobonmoo.pe.kr)는 개인적인 경영철학과 동정 정보가 게재된다. 한때는 '구본무 스토리'라는 메뉴 아래 '자연과 나'라는 게시판을 통해 구 회장의 취미인 새(조류)와 관련된 콘텐츠도 실어 놓았다. 최근에는 공식적인 동정과 사진만 업데이트 되고 있다.
구 회장은 '새 박사'로 불린다. 여의도 집무실에 망원경을 놓고 한강 밤섬에 있는 조류들을 관찰하는가 하면 '겨울 철새 모이주기' 활동을 한 적도 있다. LG상록재단을 통해서는 '한국의 조류' 도감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용 앱으로도 조류 도감을 냈다.
현 회장의 홈페이지(www.jeongeunhyun.pe.kr)는 주로 공식적인 경영 활동 행보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나의 삶'이라는 메뉴를 통해 공개한 현 회장의 어린 시절 모습과 남편 정몽헌 회장과의 결혼식 사진, 갓난 아기였던 자녀들과 찍은 사진과 개인사가 인상적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예 처음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은 경우다. 앞으로도 개인 홈페이지 개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개인 홈페이지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다. 두 사람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과 사용하는 물건들을 소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박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개인적인 일상을 소개해 소탈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 정 부회장의 경우 트위터를 통해 제안 받은 건의사항을 직접 해결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여전히 애용하고 있지만 지난해 몇 차례 트위터 사용자들과 설전을 벌였던 정 부회장은 트위터 계정은 폐쇄한 채 페이스북만 이용하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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