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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남민우 청년위원장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35초

영종도 카지노 일자리 생기는데...국민정서에 묶인 규제부터 풀어야
최저가제도 조달시장 운영체제 바꿔...고용창출 확대 기회로 삼아야
양질의 아르바이트도 해법 중 하나...비정규직 양산 비난 핑계일 뿐


[아시아초대석]'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남민우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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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정일 산업2부장, 정리=이은정 기자, 사진= 백소아 기자] "1911년 존 D. 록펠러가 미 연방법원에서 반트러스트법(독점 금지법) 위반 판결을 받을 당시 '다들 독점이라고 하지만 나는 사업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30개 회사로 분리 해체됐습니다. 독과점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100년 전 미국의 시대정신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대기업 독과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시대정신입니다."


남민우 청년위원회 초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의 '100년 시차'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강조한 것은,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저항 때문은 아니다. 다양성이 강조되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금은 작지만 강하고 빠른 중기ㆍ벤처 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 사회의 시급한 숙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중기ㆍ벤처 활성화 정책이 앞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 4일 세종로 KT빌딩 12층 청년특위 사무실에서 만난 남 위원장은 중기 벤처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관한 평소 소신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조달시장도 고용창출에 맞추자


"최저가 제도로 운영되는 정부 조달시장을 고용지수 등을 추가한 종합평가제로 바꿔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당장 글로벌 외국기업 등은 일부 피해를 받을 수 있지만 지금보다 중기 벤처의 기회가 많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입니다."



남 위원장이 중기 벤처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해법으로 눈여겨 보는 곳은 조달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대기업과 외국기업이 주축인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 부문이다. 그는 "외국기업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낮은 게 현실"이라며 "생산성과 효율성만 따지지 말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에 일을 많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 정보화 예산을 외국 기업이나 대기업에 몰아주지 않고 다수의 중소ㆍ벤처기업으로 돌리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해외 청년 취업 지원 정책에 민간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각 부처에서 해외 청년 취업 지원에 쓰는 예산은 1500억원 규모다. 이 예산만큼 기업 등 민간의 지원을 받는다면 예산 증액 없이도 해외 취업 인력을 지금보다 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 직원 채용 부담에 해외지사 설립 등을 망설이는 기업이 정부 사업에 매칭(matching) 방식으로 지원하면 기업은 해외진출 기반을 닦고 정부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특히 해외 취업 알선 지역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보다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다양화 시킨다면 해외 일자리 창출과 함께 시장개척이라는 부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라고 덧붙였다. 일자리 창출 사업의 예산과 관련해서는 '뻔한 답'은 내놓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예산을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기존 예산의 집행 방식을 바꿔 일자리를 더 늘리는 게 나의 역할이자 관심사"라고 역설했다.


◆ 프리미엄 아르바이트 시장도 창출해야


'프리미엄 아르바이트' 활성화도 그가 제시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 해법 중 하나다. 이를 위해 포털 등과 수요자 중심의 오픈 일자리 마켓 사이트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 위원장은 "지자체나 정부나 해야 할 행사가 있고 기업들도 각종 마케팅 자료가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편의점, 주유소 등의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부나 기업의 일을 시간제로 한다면 스펙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아르바이트 활성화 대책이 비정규직의 양산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고용률 70%를 달성할 방법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질의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한정하면서 고용률을 확대한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기업 채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아르바이트는 고용을 늘리고 일자리도 확대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경제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 소프트웨어 게임 IT서비스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게임산업에 대한 최근의 규제 일변도 분위기가 게임 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게임을 산업으로 육성시켜야 한다는 시각과 게임이 유해하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이중적 잣대가 공존한다"면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영종도 새만금 등의 지역에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카지노 골프장 리조트 등을 만드는 것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위원장은 "국민 정서를 핑계삼아 아직도 우리는 살아있는 공자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면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하지 않느냐.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힘줘 말했다.


때론 고집스럽고, 때론 파격적인 그의 행보에 대해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장관급으로 각 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역할은 적을 만들기 쉽다. 그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다는것은 그만큼 잃을 것이 있다는 의미인데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행히 (내가 하려는 일이)정치적인 것이 아닌 만큼 (내가) 합리적으로 하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청년위원장도 일종의 재능기부"라며 "식물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파워풀하게 하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와인전문가


다산네트웍스 창업자이자 벤처기업협회장이기도 한 남 위원장은 지인 사이에선 '와인 전문가'로도 통한다. 대륙별 와인의 족보와 특징을 줄줄이 꿰고 있어 스스로 "와인 얘기라면 혼자서 몇 시간이라도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정도다. 와인 외에도 빅뱅 이론, 금융의 역사, 인간의 심리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직원들에게는 늘 자유로움을 강조한다. 다산네트웍스 사무실서 붉게 물들인 머리, 반바지 차림의 직원들을 볼 수 있는 이유다. 남 회장 자신도 공식자리에서 노재킷 노타이 차림을 즐긴다.


남 위원장은 청년위원회에서도 이같은 자유로움과 함께 적극성을 강조할 생각이다. 사무실 한쪽 벽에 '하고자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슬로건을 내건 것도 이같은 의지의 표현이다.


한편 청년위원회에는 남 위원장을 포함한 19명의 민간위원들 외에 미래창조과학부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에서 30여명의 공무원이 파견됐다. 예산은 30여억원이 배정됐다.


■남민우 위원장은…


▲전북 익산 출생(1962)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1984) ▲다산네트웍스설립(1993) ▲한국벤처기업협회 공동 회장(2012∼2013.1) ▲한국벤처기업협회 단독 회장(현)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회장(현) ▲대통령 소속 청년위원회 위원장(현)




대담=이정일 산업2부장, 정리=이은정 기자, 사진= 백소아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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