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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선풍기 앞 얼린 물병을 냉풍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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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절전 아이디어 전쟁
반바지에 슬리퍼·샌들 '슈퍼 쿨 비즈'
올 들어 에어컨 켜본 기억이 가물가물
점심시간 앞당기고 전 사원 쿨매트 지급

[공기업]선풍기 앞 얼린 물병을 냉풍기처럼 반바지와 샌들 등 시원한 복장으로 일을 하는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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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팀장님, 출근하신 거 맞아요? 놀러온 것 같아요. 그리고 다리에 털 좀 봐. 하하하."

한국석유공사 홍보팀에 근무하는 H팀장은 요즘 사무실에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근무한다. 집 앞 슈퍼마켓에 갈 때 입는 옷을 입고 출퇴근을 한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고객 내방이 드물거나 장시간 PC 작업을 하는 일부 부서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사무실 내 반바지와 슬리퍼 착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상사와 부하, 동료끼리 서로 간의 옷차림을 놓고 덕담과 농담이 오간다. H팀장은 "처음에는 반바지 입은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시원하고 업무 효율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석유공사가 7~8월 중 '전력 사용 피크 시간대(14~17시) 전력사용량 2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한 에너지 절약 특별 대책을 수립, 본사 및 10개 비축지사와 사무소에서 강도 높게 시행하는 데 따른 이색적인 풍경이다. 석유공사는 이번 특별 대책을 통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쓴 전력사용량 3450MWh의 15%(518MWh)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950여가구가 1개월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 양이다.

석유공사 임원실에 따로 설치돼 있던 에어컨은 아예 가동을 멈췄다. 건물 전체에 있는 에어컨도 1~2번 켜본 것이 전부다. 사무실 온도는 28℃ 밑으로 떨어지면 안 된다. 여기에 냉방기 사용도 제한하면서 체감온도는 30℃를 훌쩍 넘는다. 사무실에 가만 앉아만 있어도 땀방울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린다.

[공기업]선풍기 앞 얼린 물병을 냉풍기처럼 선풍기 앞에 꽁꽁 언 페트병 2개를 놓고 일을 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의 모습.


이런 풍경은 석유공사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력 수급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모든 공공기관은 에너지 절약 솔선수범 차원에서 혹독한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각 기관마다 에너지 절전 대책을 시행하면서 사내 풍속도도 달라지고 있다.


우선 복장이 가벼워졌다. 한국전력공사는 무릎 위 5cm 이하의 노출이 심하지 않은 바지와 걸을 때 끌리지 않는 뒤에 끈이 있는 샌들 착용을 허용하는 '슈퍼 쿨 비즈'를 8일부터 시행했다. 한전은 올 여름 에어컨 가동을 금지했다. 30℃가 넘는 땡볕 날씨에도 선풍기 앞에서 후텁지근한 바람만 맞아야 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근무하는 C직원은 "선풍기 앞에 꽁꽁 언 페트병을 놓으면 순간 냉풍기가 된다"면서 노하우를 전했다.


엘리베이터 사용 제한은 기본이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이 많아지면서 생긴 풍속 중 하나는 여직원들의 미(美) 포기다. 평소 즐겨 신었던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단화나 튀지 않는 샌들을 착용하는 여직원이 부쩍 늘었다.


공기업 인근 식당의 식사 준비 시간도 빨라졌다. 점심시간이 오전 11시부터로 1시간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한국동서발전에 다니는 K팀장은 "절전 대책이 시작되면 이른 점심을 먹게 돼 아침을 거르는 데 아내가 유난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공기업]선풍기 앞 얼린 물병을 냉풍기처럼 전 직원에게 쿨매트를 지급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장마철 습기까지 더해지면서 사무실은 건물 밖보다 더 더운 상황. 지역난방공사는 더위와 싸우는 전 직원을 위해 쿨매트를 지급했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쿨매트의 시원함도 잠시 뿐 시간이 지나면 더워지기는 매한가지. 이 회사 L팀장은 "쿨매트의 시원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해야 한다"며 시원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무더위 속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근무 시간을 조정한 곳도 많다. 한전과 석유공사 등은 7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도록 하는 등 자체적인 '서머 타임(Summer Time)' 제도를 만들었다.


이 밖에 사무실 온도 28℃ 유지, 점심시간 1시간 앞당기기, 점심시간 강제 소등, 사무실 전등 50% 끄기 등은 대다수 공기업에서 공통으로 실시하는 절전 대책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본격화하는 7월 말과 8월에도 공기업들의 시원한 여름나기 대소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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