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도에 따르면, 넥타이를 사는 고객이 크게 줄어들고 있단다. 지난해 대비 50%까지 감소한 백화점도 있다하니 넥타이 착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여름철 전력난 등으로 인해 최근 대부분의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넥타이나 재킷이 없는 '쿨 비즈 룩'을 강조하기 때문에 넥타이 구매 고객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쿨비즈(Coolbiz)는 시원하다(cool)와 업무(business)의 합성어로, 처음 일본에서 만든 신조어(新造語)다. 2005년 여름, 후쿠시마 원전(Fukushima nuclear power) 손실과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일본 환경성이 'Cool Biz'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일본다운 발상이다. 한국도 냉방 의존도는 높아가는데 원전의 고장까지 잦아지면서 에너지 수급에 위기가 닥치자 2012년 5월 22일 서울특별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대책의 하나로 '쿨비즈(cool biz)' '시원차림'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오늘에 이르렀다.
시원차림에서 장애물중 하나로 거론 되는 것이 넥타이다. 그도 그럴것이 넥타이가 얼마나 불편하며 덥게 하는가는 넥타이를 매본 사람이라면 다 경험한 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넥타이가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실험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인체에서의 방열량이 매었을 때보다 2.6배나 많아져 1°C 정도의 피부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꽉 맨 넥타이는 경정맥을 압박하여 건강에 크게 해를 줄 수 있다고도 했다. 경정맥은 뇌로 공급된 혈액이 심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통로로서, 이곳이 압박되면 혈류량이 적어지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목에 과다한 힘을 주면 일시적으로 경정맥이 닫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목의 압박은 시신경에까지 영향을 주어 시력이 저하되고, 심하면 안압이 높아져 녹내장의 위험까지 유발할 수 있다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원흉중의 원흉'이 넥타이라는 말이다.
목에 무엇인가를 걸치기 시작한 것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지만, 넥타이의 시작은 루이 13세 시대의 30년전쟁(1618~1648년) 때다. 연합군으로 파리에 온 크로아티아 기병들이 목에 둘렀던 부드럽고 색이 있는 천에서 유래한다. 이를 프랑스의 상류 사회에서 '크라바트'(cravat)라 부르며 받아들이기 시작하여 1660년대에는 일반화 되었다. 당초 여성들이 목에 두르는 얇고 부드러운 머플러 형태의 목장식이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여 현재의 넥타이가 된 것은 19C 중반경이다.
남성들이 목에 무엇인가를 둘러 옷매무새를 완성하기 시작한 역사가 장장 360여년이고,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넥타이를 맨 것만도 160여년의 세월을 넘기고 있다. 겨울에 보온성을 높이는 장점 외에는 건강에 도움이 안됨은 물론 불편하기까지 한 이 이상한 '물건'을 이처럼 오래, 그것도 얼굴 바로 아래, 정중앙에 매고 왔다. 그 뿐 아니라 이 이상한 것을 매어야만 옷차림이 완성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하고, 남성들의 패션에 대한 보수성인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다.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것이 유행이다. '시원차림' 캠페인이 성공해서라기보다 장구한 세월동안 애용했던 넥타이의 수명이 21세기 중에 다하는 것은 아닐지 두고 볼 일이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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