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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메신저]창포물에 머리감던 선조들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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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메신저]창포물에 머리감던 선조들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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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申潤福)의 단오도(端午圖)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흥미로움이 가득하다. 반라의 여인들이 계곡물에 몸을 씻고 있고, 바위 틈 뒤에서 이를 훔쳐보는 승려, 속바지를 다 보이며 그네를 뛰고 있는 여인, 한가로이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여인들, 그리고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나르고 있는 여인에다 아름다운 산세, 깨끗한 물, 맑은 공기도 있다. 여유로움과 에로티시즘에 익살스러움까지 놓칠 수 없는 재미가 넘쳐난다. 그림 속 여인들의 모습이 각기 다르지만,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매우 큰 머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윤복은 영조와 정조대(1776년부터 1800년까지 재위)에 걸쳐 활동했다. 이 시대에는 여인들이 큰머리를 하는게 유행이었다. 따라서 비싼 가체(일종의 가발)가 반드시 필요했다. 신분이 높을수록, 부자일수록 머리를 크게 하고 그 위에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보석으로 장식했다. 꾸며진 머리 무게가 무거워 13살 어린 신부가 그 무게 때문에 중심을 잃고 넘어져 목뼈가 부러져 죽는 사고까지 생겼다. 나라에서 가체를 금하는 금지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무렵 프랑스의 헤어스타일도 크고 요란했다는 점이다. 여인들의 머리스타일이 이마에서 위로 1m나 올라갔다 할 정도였다. 특히 이 무렵의 조발사(造髮士)들은 머리위에 '예술'을 표현하려 했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고 괴이한 모양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정원이라는 작품은 가발은 물론 나무와 꽃 그리고 태엽으로 작동하는 풍차도 달고 진짜 나비가 든 새장을 얹어서 펄럭이는 나비가 보이게도 했다.


범선이라는 작품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해전에서의 승리를 기념한 것으로 구비치는 파도 속을 항해중인 배의 모양을 머리위에 얹기도 했다. 당시대의 관심거리들이라면 무엇이든 높이 쌓아올린 머리위에 장식한 것이다. 이 같은 머리형은 크고 높고 무거워 무너지기 쉬워, 포마드와 밀가루 풀로 고정했다. 포마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기름으로 만든 것이어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 향수를 뿌리지 않으면 안됐다. 완성된 머리에는 옷의 색과 조화를 생각하여 흰색, 파란색 혹은 분홍색의 밀가루까지 뿌렸다.

이런 '예술품'을 만드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3~4주일만에나 예약이 가능해서 그동안 악취뿐 아니라 머릿속에 이 같은 해충들이 번식했다. 이때 가려운 머리를 긁기 위하여 사용된 긴 꼬챙이가 지금도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요란한 머리의 숙녀들은 마차를 타고 내리거나 잠을 잘 때, 그리고 크고 작은 문을 통과할 때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귀족일수록, 부자일수록 크고 요란한 머리를 해서, 마차를 타면 목적지에 도착 할 때까지 머리를 숙이고 있거나, 심하면 몸은 마차 안에 있어도 머리는 마차 창문 밖에 내 놓고 달려야 하는 고충이 따르기도 하였다.


그쪽이나 이쪽이나 요란하게 큰 머리를 했다는 공통점 뒤에, 우리 조상들은 창포물에 머리 감는 위생적인 문화를 누린 반면, 오늘날 세계 문화를 이끌고 있는 프랑스인들은 대책 없이 비위생적인 유행을 '즐겼다'. 왠지 고소하다.


오늘은 단오다. 창포물에 머리감던 조상의 그 지혜를 더욱 발전 시켜 나갔으면 한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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