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부터 시작된 ‘2013 춘계 서울패션위크’가 여의도 IFC몰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려, 그 절정을 맞고 있다. 패션관계자는 물론 옷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이, 옷이 주는 마력에 빠질 수 있는 한주간이 아닐 수 없다.
패션위크는 패션선진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일년에 두차례씩 개최한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의 패션위크를 4대 패션위크라 하고, 서울 패션위크는 세계 5위라는 당찬 꿈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이번 패션위크에서는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펼치는,'서울컬렉션’ 과, 차세대 디자이너 육성 목적의 '제네레이션 넥스트', 그리고 참가업체와 바이어 사이에 마케팅과 수주를 도울수 있도록 '서울패션페어'도 이어진다. 특별히 패션위크에 참여한 디자이너로부터 기부 받은 의상과 스폰서 기업의 물품을 판매하는 자선 바자회로, 수익금 전액을 아동 구호기금 단체에 기부하는 ‘도네이션 런웨이’까지, 완벽한 구성이다.
이처럼 다양한 명분과 목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패션위크가 진행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패션을 통한 경제 효과의 극대화다. 특히 지구촌이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 있고, 이 기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전 세계의 ‘직접구매인’(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해외의 소비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디자이너도 있기 때문에, 패션위크에서 주목을 받은 디자이너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쉽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이 아직은 우리가 아닌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서울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뉴욕 패션위크의 창시자로 불리는 펀 말리스(Fern Mallis), 프랑스 프레타 포르테 연합회장 장 피엘 모쇼(Jean Pierre Mocho) 등 세계적인 패션인들을 초청했고, 유럽·아시아 권 15개국의 유명 백화점과 쇼룸 바이어 70여명이 대거 참석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이번에 방한하는 세계적인 패션 관계자들이 패션위크 이후에도 국내 디자이너 해외 진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계가 맺어지도록 할 계획이라니 자못 기대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 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의 패션산업 성취율이 타 산업에 비해 부진하다는 팍팍함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어느 나라에서도 패션위크에서의 꽃은 디자이너의 패션쇼 무대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나아가 패션산업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창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시험장이므로 무대의 화려함 뒤에 팽팽한 긴장감이 전쟁처럼 살벌하다. IT 산업의 발달로 ‘직접구매인’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패션위크 등을 통해 혜성처럼 나타난 디자이너의 위력 역시 폭발적일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 주역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우리의 패션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런저런 탓이 많았다. 기회가 없다, 진로가 막혔다, 뒷받침이 없다, 여건탓, 그리고 나라탓도 했다. 그러나 그 탓이 어디에도 통하지 않는다. 전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아졌으며, 세계로의 문은 활짝 열려있고, 뜻있고, 능력 있는 사람을 뒷받침하려는 국가적 배려도 기다리고 있다. 모두 ‘내탓’일 뿐이다. 그동안 우리가 서로 협조적이고 총체적인 노력은 했는지, 특히 패션인들 사이에 분열과 다툼은 없었는지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때다. 패션업계는 바짝 긴장해야 한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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