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고, 기르고, 떠나고…팔색조의 모든 것

▲"배고프니?". 한가득 지렁이를 문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팔색조가 알을 낳고, 기르고, 둥지를 떠나는 모든 과정이 카메라에 담겼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멸종위기종Ⅱ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여름철새 팔색조의 대규모 번식지를 발견하고 산란과 부화, 새끼 기르기, 이소(둥지를 떠남)까지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지난 2010년 남해 금산지구에서 팔색조 울음소리를 처음 확인한 이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오다가 지난 6월 중순께 5개의 알을 품은 팔색조 둥지를 발견했다. 팔색조 둥지가 발견된 곳은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깊은 숲속 계곡이었다. 인근 계곡에서도 여러 쌍의 팔색조가 먹이 활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둥지는 바위 위에 소나무와 삼나무의 뾰족한 잎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는데 이는 비바람에 둥지가 잘 견디고 천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팔색조가 산란 후 부화하는 데까지는 10일 정도 걸렸고 부화한 이후 새끼가 자라 둥지를 떠나기까지 12일이 필요했다.

먹이는 새끼가 아주 어릴 때는 지렁이가 주식이었고 차츰 성장하면서 지네, 메뚜기, 딱정벌레와 같은 갑각류도 함께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려해상국립공원 금산지구에서 2012년 10여 쌍의 팔색조가 발견됐고 올해는 15쌍 이상이 조사됨에 따라 이 지역이 팔색조의 안정적인 번식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팔색조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사는데 우리나라에는 번식을 위해 매년 5월쯤 찾아온다. 우거진 숲속 어두운 바위틈이나 바위 위에 거칠게 나뭇가지로 둥지를 틀고 출입구를 만든 다음 바닥에 이끼를 깔고 4~6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