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집권 1년만에 권좌에서 쫓겨났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집트 군부는 3일(현지시간)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대통령 선거를 조기에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30년 동안 이집트를 통치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2011년 시민혁명에 의해 축출된 뒤 이슬람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당선된 무르시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군부 저항에 무릎 끓은 것이다. 시민들은 이집트 곳곳에서 환호하며 폭죽을 터뜨렸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9시(현지시간) 국영 TV 생방송을 통해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이 박탈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나흘만의 일이다.
엘 시시 장관은 이어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향후 정치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군은 아들리 알 만수르 헌법재판소 소장을 대선 전까지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총장인 야권 구국전선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는 군부의 로드맵을 "2011년 시민혁명의 연속"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이날 무르시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선출된 대통령"이라며 "군의 로드맵 발표는 쿠데타"라고 반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무르시는 현재 카이로의 공화국수비대 병영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체포나 구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집트 군부가 민간 정부에 지체없이 권력을 넘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쿠데타'로 언급하지 않는 등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이집트에 대한 원조 제공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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