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빗속에서 춤추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이유로 파키스탄 10대 소녀 2명이 그 어머니와 함께 가족에게 '명예살인'을 당했다.
1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23일 파키스탄 북동부의 산간벽지 길기트 지방에서 15세와 16세 자매가 어머니와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놀 바스라와 놀 쉬라라는 이름의 이들 자매는 약 6개월 전 비가 오는 날 집 밖에서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영상 속 두 소녀는 머리에 히잡을 쓰고 있지만 매우 즐거워하며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영상이 이웃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소문이 나자 보수적인 성향의 가족들이 분개했다.
결국 소녀의 의붓오빠가 "집안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공범들과 함께 자매를 살해했고 그 어머니까지 해치고 말았다. 의붓형제는 아직 경찰 수사망을 피해 도주중이지만 다른 공범들은 체포됐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극도로 제한하는 파키스탄에서는 가족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집안 여성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이 오랫 동안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 명예살인에 대한 형량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기소율이 낮고 범인이 처벌을 피하는 사례도 잦아 근절 효과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지난 2011년에만 최소 943명의 여성들이 명예살인을 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ik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