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MBC ‘불의 여신 정이’(극본 권순규, 이서윤, 연출 박성수, 정대윤) 첫 회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빠른 전개, 배우들의 열연이 한데 뭉쳐 ‘명품 사극’의 탄생을 예고했다.
지난 1일 첫 방송한 ‘불의 여신 정이’는 조선시대 도자기 제작소 분원을 배경으로 조선의 유교 문화권에서 최초의 여성 사기장이라는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의 치열했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최초로 도자기와 분원, 사기장의 세계를 그려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제작진은 도자기 4대 명장인 도평요의 소민 한일상 도예가의 작품을 드라마 속에 등장시켜 도자기 문화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재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배우들 역시 직접 도예 연습에 매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애썼다.
이날 방송에서는 분원 낭청 경합에서 유을담(이종원 분)과 이강천(전광렬 분)이 맞붙고, 궁의 인빈 김씨(한고은 분)가 강천을 위해 계략을 짜는 모습이 그려졌다. 공빈이 쓰러진 것을 보고 분노한 선조(정보석 분)는 을담을 옥에 가뒀다. 하지만 이후 공빈은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고, 선조는 중죄인을 제외한 죄수들을 석방했다.
을담이 석방된 시각, 강천이 범한 연옥(최지나 분)은 우여곡절 끝에 탈출해 가마 안에서 딸을 출산했다. 그가 바로 정이였던 것. 을담은 여인의 비명 소리를 듣고 가마 안으로 들어가 연옥과 아이를 발견했다. 연옥은 아이를 을담에게 부탁한 뒤 두 사람을 가마 밖으로 밀어내고 숨을 거뒀다. 을담은 정이를 거둬 자신의 딸로 애지중지 키웠다.
쾌활한 성격의 어린 정이(진지희 분)는 태도(박건태 분)와 함께 사냥에 나섰다가 광해(노영학 분)를 만나게 됐다. 정이는 자신이 파 놓은 함정에 빠진 광해를 구하려다가 함께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했고, 광해는 “난 이 나라의 왕자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정이는 “하늘이 두렵지 않냐”며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이후 광해를 찾아 나선 군사들의 외침을 듣고 정이는 그의 정체를 알아차린 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흥미진진한 전개로 한 시간을 꽉 채운 ‘불의 여신 정이’는 방송 내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이름을 올리며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첫 회에서 주인공 문근영과 이상윤 등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아역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극에 힘을 실으며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켰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조선 15대 왕 광해군은 임금으로 재위할 당시 훌륭한 외교정책을 펼친 반면, 임해군과 영창대군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인목대비를 유폐시키며 끝내는 인조반정에서 폐위, 역사적으로 폭군과 성군의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불의 여신 정이’ 제작진은 광해(이상윤 분)의 왕이 아닌 인간이자 남자로서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그릴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유정(문근영 분)을 향한 꺼지지 않는 사랑과 치열한 정치적 환경 속에 외로운 투쟁을 벌이는 광해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첫 회에서 ‘불의 여신 정이’는 정이의 출생, 어린 정이와 광해의 첫 만남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일 방송분은 10.7%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하는 드라마 중 1위이며, 유일하게 두 자릿 수 시청률이라 의미가 깊다.
작품이 앞으로 지속적인 인기몰이에 나설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로 미루어 볼 때 반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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