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유지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마이 라띠마’에서 주인공 마이 라띠마를 연기한 박지수는 실제 이주여성 같은 외형은 물론 신인답지 않은 깊이 있는 연기로 주목 받았다. 이 작품이 데뷔작인데다, 전공조차 연기가 아니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지수는 영화에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세련된 옷차림을 해서인지 마이 라띠마와는 또 다른 매력이 풍겨 나왔다. 까무잡잡한 피부가 인상적이라 했더니 “사실은 태닝한 것”이라며 웃었다.
“원래는 하얀 편인데 역할을 위해 태닝을 처음 해봤어요. 처음 살을 태웠을 때는 안 돌아오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됐는데 작품을 위해서 변화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초반 1~2주는 변화가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남들 쉴 때도 저는 태닝샵에 다녀야 했어요.”
박지수는 이 작품에 투입되기 전 여러 번의 오디션을 거쳤다. 유지태 감독은 사전부터 마이 라띠마의 수수한 아름다움에 대해 강조했다. 박지수는 정석적인 미인은 아니더라도 오묘한 매력을 지닌 얼굴인 것은 분명했다.
“제가 흔히들 얘기하는 미인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눈 크고 코 높고 그런 배우들 많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의 기준에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셨나 봐요. 저보고 ‘아름다우시네요’라고 말씀하셨는데 ‘뭐지, 빈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털털한 웃음을 짓던 박지수는 1988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이다. 그런데 연극원은 맞지만 연기 전공은 아니라는 점이 특이하다. 그는 무대미술 분야를 공부했다.
“공연 쪽 일을 많이 하면서 배우를 디자인하고 꾸미고 하다보니까 연기에 친숙해 진 거 같아요. 텍스트를 이미지화시키는 작업이었고 원래 호기심도 있었어요. 뒤에서 디자이너로서 하는 일 말고도 모델을 하거나 그런 일이 많아졌죠. ‘마이 라띠마’ 같은 경우는 연기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자연스레 오디션 소식을 접했어요. 정말 빨리 데뷔를 하게 된 것 같아요.”
박지수는 영화에서도, 실제로도 눈빛이 강했다. 쌍꺼풀이 진하지 않음에도 눈이 크고 깊었다. 평소에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단다.
“제가 멍하게 다니기도 해서 ‘눈빛이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눈빛에 뭐가 있다고 하면서 힘든 일을 겪은 적이 있냐고 묻더라고요. 마이 라띠마 캐릭터와 같은 점이라고는 글쎄..장녀라는 점? 그녀처럼 힘들게 살진 않았어요.(웃음)”
충무로에서는 한동안 ‘20대 여배우의 기근’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것이 사실. 요즘은 90년대생들이 20대 여배우로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아쉬움은 남는다. 이 같은 내용에는 박지수 역시 공감을 표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산업을 바라봤을 때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30대 여배우가 나이 어린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 역시 20대 여배우로서 활약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바람인데 너무 자만하는 거처럼 보일까 걱정하는 부분도 있죠. 틈새시장을 노린 거 같기도 하고. 하하.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캐릭터를 맡는 여배우는 영광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20대 여배우에 대해 논하며 ‘은교’의 김고은을 언급했다. 개인적으로도 잘 아는 사이란다. 그와 같은 대열에 합류하니 영광스럽다고도 했다.
“고은이한테 시사를 보러 오라고 했는데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 왔어요. 개봉 축하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저보다 먼저 경험을 했으니까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얘기도 해줬어요. 평소에는 여동생같이 굴고 애교도 많아요.”
조곤조곤한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던 박지수.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관과 색깔이 분명한 여배우임은 확실했다. 그는 한번 결정을 하면 그 뒤부터는 후회하지 않는 편이다. 활발하고 혼자 있는 시간도 좋아한다. 박지수에게도 사랑에 대한 애틋한 기억이 있다.
"마이 라띠마의 나이 때 저도 사랑만 다였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수영을 보면서 '걔를 안 만났다면 내 인생은 달랐을 거야, 나쁜 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걸 극복해서 잘 산다면 오히려 좋은 게 아닐까요? 그 사람으로 인해 많은 경험을 하고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됐고, 내가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남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니까요."
사랑을 말하며 웃는 박지수의 모습은 무표정일 때보다 훨씬 예뻤다. 유지태 감독의 눈이 단연코 틀린 것이 아니었다. 무지갯빛 색채를 지닌 이 여배우의 성장이 기대된다.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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