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사에 "시장 개척보다 정보 수집해 본사 보고하라" 특명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한국 지사가 국내 시장 공략보다는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것도 이유지만 본사 차원에서 시장 개척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영업에 주력하지 않고 정보 수집에 매달리면서 한국 시장을 홀대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ZTE,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거나 출시하더라도 중국 본사 차원에서 지원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화웨이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스마트폰 출시를 검토했지만 전면 보류했다"며 "국내 시장 진입 장벽이 높기도 하지만 본사에서도 국내 사업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ZTE코리아는 지난해 11월 'Z폰'에 이어 다음달 5인치 스마트폰 '미(Me)'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어 화웨이보다는 국내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본사의 홀대는 마찬가지다. 중국 브랜드의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출시 전후 광고, 마케팅 비용 투입이 필수적이지만 본사에서는 시기상조라며 거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ZTE코리아 직원들이 직접 이동통신사, 유통업체를 만나 판로를 뚫고 마케팅 비용도 많지 않은 예산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화웨이와 ZTE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일본을 방문해 현지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협력사들을 만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지사 인력과 비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제조사는 한국 지사에 사업보다는 오히려 정보 수집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 제조사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통신 기술력이 높은 LG전자, 팬택의 안방"이라며 "한국 시장 개척보다는 국내 제조사의 움직임, 이동통신사와의 협력 관계, 시장 동향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 본사에 보고하는데 집중하라는 주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사의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국내 제조사에서 10여년 이상 근무했던 영업통들이 포진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 내부 사정과 시장 동향 등에 밝을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제조사의 팬택 인수설과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기 보다는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제조사의 한국 지사들이 팬택의 사업 현황, 자금난, 기술력 등에 대해 조사하며 본사에 인수 제안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소문이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들의 한국 지사는 사실상 영업맨보다는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시장에 대한 중국 본사 차원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웨이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4.7%의 점유율로 삼성전자, 애플, LG전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ZTE는 4.3%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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