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소니는 5위권 밖으로 밀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엔저 공포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국내 산업 전반을 덮친 가운데 휴대폰 업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엔저 영향권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엔화 약세에 따른 해외 시장 매출 감소 등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히려 제품과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며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제조사 관계자는 "일본 스마트폰 제조사가 1분기에도 힘을 쓰지 못했고 2분기에도 약진하고 있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화웨이,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추격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다른 산업과는 달리 엔저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이유는 글로벌 1위의 휴대폰 경쟁력과 일본 기업의 부진, 휴대폰 시장의 구조적 특징 등이 꼽힌다.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은 일본 기업이 거의 없다. 소니만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대를 유지하며 LG전자, 화웨이, ZTE 등과 3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일본 제조사의 점유율이 워낙 낮다 보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부품 가격은 글로벌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쉽게 내릴 수 없고 결국 일본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세트"라며 "국내 제조사들이 일본 부품사에서 카메라 렌즈, LCD, D램 등 부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제조 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통신사 중심의 휴대폰 유통 구조도 한몫을 차지한다. 제조사 관계자는 "휴대폰은 일반적으로 통신사를 통해 판매되는데 '2년 약정 기준 199달러, 299달러, 399달러' 식으로 일정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며 "제조사 프로모션 비용도 수시로 들어가기 때문에 소니가 해외에서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소니가 모바일 AP를 포함해 해외에서 부품을 상당수 수입하는 것도 스마트폰 단가를 낮추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제품 경쟁력에서는 삼성전자, 애플에 밀리고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을 따라갈 수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29.7%에서 올해 33.1%, LG전자는 지난해 3.3%에서 올해 4.9%로 점유율이 증가했다.
다만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일본 스마트폰 제조사 대부분이 씨가 마른 상태지만 소니는 저력이 있는 회사로 글로벌 스마트폰 3위 후보군 중 하나"라며 "엔저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엔저가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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